[통신원수첩] 돈 밖에 모르는 공룡구단이 사랑스러운 이유

  • 입력 2008년 12월 31일 08시 15분


뉴욕 양키스와 댈러스 카우보이스. 미국을 상징하는 스포츠 팀이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를, 카우보이스는 ‘미국의 팀(America’s team)’으로 꼽히는 NFL 선두주자다. 구단의 자산가치도 으뜸이다. 경제전문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카우보이스는 NFL에서 가장 비싼 16억 달러(2조8000억원)에 이른다. 양키스는 메이저리그 팀 가운데 유일하게 10억 달러 가치가 넘는다.

팬들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팀이다. 올시즌 카우보이스의 게임이 전국으로 방영됐을 때 시청율 부문에서 최근 10년 사이의 기록을 모두 갈아 치웠다. 뉴욕 양키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을 때의 시청율은 모두 바닥권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미우나 고우나 양키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야 된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두 팀의 경영방식을 혐오하는 팬들도 있지만 비난을 하면서도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이 더 많다. 애증의 관계다.

두 팀의 구단주는 거의 독재자급으로 구단을 운영했다. 지금은 아들에게 경영을 물려준 양키스의 ‘보스’ 조지 스타인브레너(78)나 석유사업으로 큰 돈을 번 제리 존스(66) 카우보이스 구단주의 전횡은 미국 스포츠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1989년 카우보이스를 1억5000만 달러에 매입해 20년 만에 10배로 키운 존스는 NFL 팬들에게 공공의 적 1호였을 정도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양키스와 카우보이스는 음식사업에도 손을 뻗쳐 돈벌이에 혈안이 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두 구단은 지난 10월 합작으로 1억 달러를 투자해 ‘레전드 하스피탈리티 매니지먼트’ 회사를 설립했다. 두 팀이 음식사업에 영역을 넓힌 까닭은 내년 시즌 개장하는 새로운 구장 때문이다. 양키스는 내년 4월 메이저리그 구장 사상 최고액인 16억 달러를 투자한 새로운 양키스타디움(5만2325명 수용)을 개장한다. 카우보이스도 텍사스 알링턴에 11억 달러를 들인 댈러스 카우보이스 구장(8만명에서 10만명 수용)에서 2009시즌을 개막한다. 카우보이스 구장도 풋볼 사상 가장 큰 돈이 투입됐다.

이들의 명분은 팬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판매하겠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음식사업을 다른 업체에 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미국 구장의 특별석 음식은 호텔급으로 가격도 매우 비싸다.

공교롭게도 두 구단은 마지막 구장에서 보낸 2008시즌엔 죽을 쒔다. 나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양키스는 14년 만에 PO 진출이 좌절됐고, 카우보이스는 28일 정규시즌 피날레 경기에서 라이벌 필라델피아 이글스에게 6-44로 참패해 시즌을 일찍 끝냈다. 양키스와 카우보이스가 PO 진출이 좌절되면 고소해 하는 팬도 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가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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