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창단 첫 꼴찌를 했던 LG는 김재박 감독의 첫 해였던 2007년 포스트시즌 진출의 턱 밑인 5위까지 올라섰다. ‘가능성’의 자리에서 꽃을 못 피우던 선수들이 하나 둘 씩 잠재력을 터뜨릴 모습을 보였고, 어수선한 팀 분위기도 어느덧 안정을 찾아갔다. 2006년 겨울에 열린 도하 아시안 게임으로 인해 김재박 감독이 팀을 떠나지만 않았다면, 그래서 좀 더 일찍 달라진 LG 야구를 준비할 수 있었다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이루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들은 이런 아쉬운 마음을 2008 시즌을 바라보며 희망으로 키워갔다. 그러나,
김재박 효과를 등에 업고 유니콘스와 같이 정상 질주를 할 줄 알았던 LG 트윈스는 2년 만에 다시 최하위로 추락했다. 남들이 부러워 할 봉중근, 옥스프링의 원투펀치가 있었지만, 투수 두 명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붙박이 국가대표 포수는 때 아닌 자질 논란에 시달렸고, 옆 동네 두산이 자랑하는 3루와 외야 자원에서 그들은 “찍”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전년도에 뭔가 풀려가는 것처럼 보였던 실타래가 잠시 긴장의 끈을 놓은 사이에 다시 엉켜들어가는 시간들이었다.
2년 만에 희망과 좌절을 맛본 김재박 감독은 이제 3년 계약의 마지막 해를 맞는다. 그를 감독으로 모신 프런트는 이미 팀을 떠났다. 새로 팀에 들어온 프런트 진은 김 감독이 본인의 능력으로도 어쩔 수 없었던 전력 공백을 FA 영입으로 메워줬다. 감독 초년병 시절부터 수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쌓아올렸던 위치가 눈앞에서 사라지기 직전. 어쩌면 자기 사비를 들여서라도 데려와 성적으로 보여줘야 했을 김재박 감독 입장으로는 정말 행복한 겨울 선물이었다.
감독 첫 해에 4강, 그리고 3년 안에 우승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김재박 감독의 마지막 해가 다가오고 있다. 공격적인 야구, 달리는 야구로 바뀐 최근의 트랜드는 과거 4차례 우승을 했던 김 감독의 짜내는 야구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스스로 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갈지, 자기 자신의 색깔을 고수할지를 결정하는 건 내년 LG의 판도 전체를 좌우할 가장 최우선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이진영, 정성훈이 가세한 타순은 꽉 막혀 보였던 라인업에 활력을 불러올 것이고, 박종호의 영입은 전력 상승에서 더 나아가 구심점이 없었던 그들에게 새 바람이 될 것이다. 양상문 투수코치를 대신해 일본인 다카하시를 데려온 것도 큰 변화이다. 현대 시절 투수 운영만큼은 자신이 아닌 전문가 김시진 당시 현대 투수코치에게 맡겨 큰 반향을 불러왔지만, 결국 그 때문에 투수 지도 면에서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평을 들었던 김재박 감독은 도하에서의 인연으로 양상문 투수코치를 영입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프런트가 줄줄이 옷을 벗는 가운데 어쩌면 코칭 스테프에서는 투수코치 한 명만으로 그 죄(?)를 치르려 했던 김재박 감독의 입장으로는 20년 간 주니치에서 투수코치를 했던 다카하시 코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김재박 감독은 2009 시즌을 향한 카드로 선발 3인방(봉중근-옥스프링-박명환) 중 한 명의 마무리 전환과 박병호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규민, 정재복 등 허탈함만 안겨준 2008년의 클로저 들은 김재박의 감독 인생마저 마무리 시킬 뻔했다. 선발 중에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던 봉중근이나 외국인 투수로 빠른 공이 주무기가 아닌 옥스프링, 그리고 부상으로 연투 우려를 안고 있는 박명환 등 셋 중 그 누구를 마무리로 돌릴지 정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승부수는 그 만큼 김 감독의 입장은 절실하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LG 유니폼을 입던 날 김재박 감독은 취임사를 통해 서울에서 감독하고 싶었던 꿈을 이룬 행복함을 말했다. 과연 내년 시즌 종료 후 그는 다시 그와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환대 속에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을지, 아니면 갈 곳을 스스로 찾아다니며 3년 만에 뒤바뀐 신세로 전락하게 될지. 김재박 감독의 2009년에 이 모든 문제의 해답이 걸려있다.
-엠엘비파크 유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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