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도 풍성 세계적 대회 자리매김
이제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대회’가 정식 명칭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동아마라톤’이라고 부른다. 동아마라톤에 출전하는 것은 모든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꿈이다. 80년 동안 동아마라톤은 한국 마라톤의 대명사였다.
동아마라톤은 1931년 3월 21일 정오를 알리는 사이렌과 함께 역사적인 첫 레이스를 시작했다. 서울∼영등포를 왕복하는 23.2km 구간에서 열린 첫 대회의 이름은 ‘제1회 마라손 경주대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본 압제에 신음하던 한민족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고 손기정 선생,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은 황영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2001년 보스턴 마라톤 챔피언 이봉주 등이 모두 동아마라톤을 통해 세계적인 마라토너로도 발돋움했다. 고 손기정 선생은 약관의 나이에 1932년 제2회 대회에 출전해 2위를 한 뒤 이듬해 제3회 대회에서 우승하며 전국에 이름을 떨쳤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는 1991년 3위,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는 1995년 우승하며 한국 마라톤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마라톤에서 한국 최고 기록은 28번 나왔다. 1927년 마봉옥의 3시간29분27초가 첫 번째였고 2000년 이봉주의 2시간7분20초가 마지막이다. 동아마라톤은 1964년 제35회 대회부터 풀코스 대회를 치르면서 한국 마라톤을 본격적인 기록 경쟁으로 이끌었다. 이때부터 작성된 19번의 한국 기록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번이 동아마라톤에서 나왔다. 특히 1974년 문흥주(2시간16분15초)부터 1990년 김완기(2시간11분2초)까지 최고 기록은 5번 나왔는데 모두 동아마라톤이 그 무대였다. ‘동아마라톤은 최고 기록의 산실’이라는 말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동아마라톤은 1982년부터 외국 선수를 초청하면서 더욱 경쟁력을 키웠다.
한국 최고기록은 2000년 이후 좀처럼 깨지지 않고 있다. 세계 기록(2시간3분59초)과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80세를 맞은 동아마라톤은 한국 마라톤을 구원할 새로운 스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