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뜬 현대, 대한항공 날개 꺾다

  • 입력 2009년 1월 5일 08시 47분


“뜨기만 하면 잡히던데요. 상대 선수들이 마치 제 손에다 공을 갖다 대 주는 느낌이었어요.”

현대캐피탈의 장신 센터 윤봉우(26)가 신들린 듯한 블로킹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현대캐피탈은 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대한항공과의 2008-2009 프로배구 V리그 3라운드에서 블로킹으로만 9점을 올린 윤봉우의 활약에 힘입어 세트스코어 3-1(25-18 22-25 25-17 28-26)로 승리했다. 현대캐피탈은 4연승을 달리며 11승2패로 시즌 1위를 굳게 지켰고, 지난해 11월 25일 홈에서 당한 1-3 패배도 깨끗이 설욕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1일 홈에서 삼성화재에 진데 이어 2연패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단연 윤봉우. 그는 1세트 중반 신영수의 스파이크를 블로킹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 상대 주포인 칼라와 신영수의 공격을 각각 6개, 3개나 막아냈다. 더욱 돋보인 것은 블로킹의 ‘양’보다는 ‘질’. 칼라와 신영수는 추격할 만한 타이밍에서 때린 스파이크가 윤봉우의 손에 걸리는 것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특히 4세트 중반 11-9, 13-10으로 아슬아슬하게 2점 앞선 상황과 4세트 막판 25-25 듀스 상황에서 칼라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며 현대캐피탈 쪽으로 흐름을 가져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윤봉우는 “경기 전날 대한항공 경기 비디오 분석을 하며 칼라가 토스가 잘 왔을 때는 타점 높은 공격의 확률이 높지만 그렇지 못할 때 흔들리는 것을 간파했고 그것만 잡아내자는 마음으로 들어간 것이 좋은 결과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윤봉우 외에 박철우(21점)와 이선규(10점)도 고비 때마다 가로막기에 가세해 각각 6점과 3점을 따내는 등 이날 블로킹으로만 모두 19점을 올리며 2점에 그친 대한항공을 압도, 장신 군단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진준택 대한항공 감독은 주전 세터 한선수 대신 이날 김영석을 선발로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고, 게다가 고질적인 서브 리시브 불안과 잦은 범실까지 겹쳐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한편, 삼성화재는 같은 시간 수원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KEPCO45(한국전력)를 3-1(25-17 25-17 23-25 25-19)로 격파했다. 삼성화재는 파죽의 8연승을 거두고 1위 현대를 맹추격했고, 한전은 시즌 개막 후 13연패를 기록했다.

여자부에서는 GS칼텍스가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2로 신승, 올 시즌 상대 전적 2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현대건설은 KT&G를 3-1로 꺾고 3위로 올라섰다.

천안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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