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동안 야구 감독으로 장수하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통산 10차례나 우승을 할 수 있었던 데 대해 “선수 덕을 본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겸손한 표현이지만 스포츠 현장에서는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다.
아무리 지략과 리더십이 뛰어난 사령탑이라도 선수를 대신해 뛸 수는 없다. 특히 김 사장은 해태 감독 시절 뛰어난 스타가 많았을 뿐 아니라 이들이 부상까지 적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프로농구 SK 김진 감독은 정식 사령탑을 맡은 2001∼2002시즌부터 지난해까지 역대 최다인 7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개근했다. 지난해에는 SK로 옮겨 6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탁월한 지도력을 보인 김진 감독은 올 시즌 위기를 맞았다. SK는 새해 들어 3경기를 모두 내주며 최근 4연패에 빠져 9위(10승 17패)에 처졌다. 구단 측의 다양한 팬 서비스 노력으로 홈경기 평균 관중은 7000명에 이르며 연일 뜨거운 열기를 보이고 있기에 김 감독의 속은 더욱 타들어간다.
SK의 부진은 주전 선수들이 돌림병이라도 걸린 듯 부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신인왕 김태술과 김기만이 시즌 초반 다쳐 못 뛰더니 미국에서 복귀한 방성윤은 4일 KCC와의 경기에서 목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았다.
김 감독의 부임 전에도 SK는 시즌 때마다 간판선수들의 부상으로 전력 차질을 빚었다. 전임 이상윤, 김태환 감독도 탁월한 지도력을 지녔지만 SK에 와서는 성적 부진 속에 아쉽게 떠나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SK 숙소 터가 안 좋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상윤 전 감독은 “숙소 앞 신설 도로가 뒷산의 정기를 끊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SK는 올 시즌에 앞서 TV에도 자주 출연한 용한 ‘지관(地官)’을 숙소에 불러 진단받은 뒤 수맥이 흐르는 곳을 차단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던 셈이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이 쏟아지는 새해를 맞아 김진 감독은 누구보다 복이 절실해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