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핀 포인트]찬호-승엽 이젠 놓아주자

  • 입력 2009년 1월 9일 02시 58분


10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한국 야구는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했습니다. 프로선수가 참가한 첫 드림팀이었습니다.

결승에서 일본을 완벽하게 제압했던 선발 투수는 박찬호(36·필라델피아)였습니다. 이때 병역 면제를 받은 박찬호는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신화의 주역이 됩니다.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이승엽(33·요미우리)은 없었습니다. 1997년 홈런왕에 올랐을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뽐냈지만 이미 병역을 면제받았기 때문에 병역 미필자 위주로 구성된 대표팀에서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듬해 서울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이끌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6년 WBC 4강,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까지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병역을 면제받은 일부 선수가 이런 이유, 저런 핑계를 대며 대표팀 선발을 거부할 때도 박찬호와 이승엽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다릅니다. 이승엽은 요미우리 내에서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고액 연봉자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박찬호도 비슷합니다. 새 팀은 구했지만 선발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 스프링캠프에서 눈도장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8일 제2회 WBC 대표팀이 출정식을 했습니다. 두 선수가 최종 엔트리에 들 수만 있다면 김인식 감독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기분일겁니다. 두 선수는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두 선수를 놓아주는 게 어떨지요. 김 감독께서 먼저 “소속팀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해 준다면 10년 동안 조국을 위해 봉사한 두 선수의 마음은 홀가분하지 않을까요.

제1회 WBC 대회 이후 한국 야구에는 ‘젊은 피’가 대거 등장했습니다.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윤석민(KIA), 장원삼(히어로즈) 등 마운드의 주축은 모두 첫 대회에선 볼 수 없었던 얼굴입니다.

당장은 아쉽지만 ‘제2의 박찬호’, ‘제2의 이승엽’을 키울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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