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총재, 이젠 성공한 사업가를 모시자”

  • 입력 2009년 1월 12일 08시 47분


한국 프로야구를 위한 제언… ‘커미셔너’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발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인사!” “야구에 애정이 있고, 야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덕망 있는 인사!”

현재 공석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을 후임자가 갖추고 있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프로야구단 사장단 간사와 KBO 사무총장이 시차를 두고 했던 말이다.

이사회 구성원인 두 사람은 공히 야구에 대한 ‘애정’과 ‘발전’을 언급했는데, 그것만 갖추면 되는 건가? 찾아보면 그런 분들은 많을 것 같은데? 뭔가 빼놓고 말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KBO 정관과 규약을 뒤져보았다.

먼저 설립목적을 보니 ‘우리나라 야구를 발전시키고 보급하여 국민생활의 명랑화와 건전한 여가 선용에 이바지하며 야구를 통하여 스포츠 진흥에 기여하고 우리나라의 번영과 국제친선에 공헌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말대로 ‘발전’이 우선이고 한국프로야구 CEO의 ‘야구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목적달성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KBO가 하는 일을 규정한 조항을 보니 11가지 사업이 나열되어 있었다.

‘야구경기의 주최’에서 시작해 ‘야구기술의 개발 및 지도 보급’, ‘아마추어야구 발전을 위한 지원’, ‘야구박물관, 도서관 및 회관의 설치 운영’ 등이다.

이 사업들 역시 두 단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설립목적에 사업을 하나씩 대비시켜보면 ‘애정’만 갖고 ‘발전’시키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먹고 사는 문제로 스트레스 받는 국민들이 프로야구를 보고 즐겁게 만들려면(‘국민생활의 명랑화’) 과연 어떤 ‘야구경기를 주최’해야 할까?

이는 야구라는 제품의 약점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사업일 수 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버드 셀릭이 취임할 때 내세웠던 4대 공약 중에도 ‘경기시간 줄이기’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다.

국민들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야구경기를 주최하려면 어떤 요인이 야구를 더디게 진행되게 만드는지, 그걸 개선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되는지를 잘 ‘알’ 필요가 있다.

사실 경기 페이스를 빠르게 하기 위한 노력은 오랫동안 있었지만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야구경기 주최’로 발생하는 수입을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까? 이는 야구를 통한 스포츠(산업) 진흥에 필수적이다.

구단 재정자립도가 개선되지 못하면 언제까지 모기업 주주들이 그냥 넘어가줄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프로야구의 CEO라면 비즈니스 감각으로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애정’이나 ‘덕망’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목적을 달성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또 야구박물관 건립은 한참 나중이면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다.

이 사업은 한때 추진되다가 예산문제로 현재는 접혀 있는데 때를 놓치면 가치 있는 옛 자료들을 구하려야 구할 수 없게 된다.

지금이라도 생존한 원로 야구인 또는 돌아가신 분의 자제들이 하나 둘씩 버리기 전에, 일일이 찾아다니며 ‘주십사’ 하고 부탁할 정도의 ‘각별한’ 애정이 필요하다.

이상으로 KBO의 설립목적과 목적달성을 위한 사업을 대비시켜볼 때 한국프로야구의 CEO를 맡을 사람의 자질에 대해 실정을 가장 잘 아는 두 사람이 희망한 ‘애정’과 ‘발전’은 에둘러 선택한 단어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부산하 공기업이 대기업 CEO 출신을 영입하는 추세는 ‘애정’이나 ‘덕망’이 아니라 오직 ‘비즈니스 마인드’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프로야구 비즈니스의 핵심관계자가 그걸 생각 안 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사실 프로야구 뿐 아니라 경기침체라는 난국에 처한 한국프로리그 CEO 자리에는 리그 회원사간의 이해관계를 떠나 ‘성공한 사업가’ 출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화보]KBO 신상우 총재 퇴임인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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