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이 이사회 구성원인 구단 단장들에게 매달 판공비를 지급해 온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1997년 출범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판공비 지급에 대해 KBL은 “단장들의 정상적인 업무를 돕는 활동비 성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맹과 각 구단은 협력자이자 견제 관계인 것을 감안하면 이런 금전 관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KBL은 출범 초기 각 단장들에게 통장 계좌로 월 200만 원씩 송금해 오다 몇 년 전부터 법인카드를 지급했다. 현금으로 지급하니 사용처 등이 불분명했던 것.
월 200만 원, 연 2400만 원이 지급되던 이 판공비는 지난해 절반으로 줄었다.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이사회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맨 것. 일부 단장은 “이번 기회에 지급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결국 존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법인카드는 사용처가 정해져 있지 않고 영수증만 KBL에 제출하면 된다. 주로 회식비 등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단장은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일부 구단의 단장은 업무에 유용하게 쓴다”고 말했다.
KBL 고위 관계자는 “연맹으로선 단장들이 나서서 농구를 많이 홍보해달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기업의 임원급인 단장들이 KBL로부터 별도의 판공비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특히 KBL은 매년 수익이 남을 경우 각 구단에 이를 배분해 준다. 굳이 단장 개인에게 금전을 직접 지급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한 단장은 “이사들이 바뀌면 간헐적으로 (판공비) 논란이 있었다. 잘못됐다고 지적한다면 특별히 반론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야구 축구 배구 등 다른 주요 프로연맹에서는 이런 ‘단장 예우’가 없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출범 초창기 교통비 정도를 지급했고 이마저도 현재는 없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연 4회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단장들에게 교통비로 20만 원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연맹 사정이 열악해 법인카드는 고사하고 교통비 지급도 어렵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