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부터 사뭇 달라진 허정무호다. 엄격한 규율로 가득찬 선·후배 관계는 말 그대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일 뿐이다.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경기를 앞두고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현 대표팀 멤버들도 마찬가지.
서귀포 한 호텔에 여장을 푼 대표팀은 서로 원하는 사람끼리 짝을 지어 한 방을 쓰고 있다. 당연히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받고, ‘불편한 동거’를 하는 불상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이번에 소집된 23명 중 이운재(36)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정성훈(30)은 막내인 기성용(20)과 룸메이트를 이룬 점이 재미있다. 열 살 터울이지만 어색함은 전혀 없다. 함께 소집되면 늘 같은 방을 사용한다.
12일 정신무장의 일환으로 대표팀이 성산 일출봉을 오르는 동안에도 이들은 내내 장난을 치고 껴안으며 다른 동료들의 눈총을 샀다.
사실 이들이 한 방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입심’이 워낙 좋아 늘 팀 분위기를 주도하는 정성훈이 적극적인 성격을 지닌 반면, 기성용은 막내인데다 다소 조용한 타입이기 때문에 더욱 잘 어울릴 수 있는 것.
정해성 대표팀 수석코치는 “결혼 생활도 성격이 다른 사람이 해야 서로를 보완하는 것처럼 (정)성훈이와 (기)성용이도 금세 친해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서귀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