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예측은 반은 틀리고 반은 맞았다. 오전 8시 30분에 선수들과 함께 출발해 노고단 정상 바로 아래 위치한 돌탑에 오른 게 11시 30분. 하지만 아침 내내 내리던 비가 등산 중간에 눈으로 바뀌는 최악의 기상여건에서도 골키퍼 최현은 바람같이 달려 딱 2시간 만에 해발 1508m 정상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무릎이 안 좋다”며 선수들보다 1시간 앞서 출발한 황선홍 감독과 강철 코치를 포함 대부분 선수들도 모두 2시간 20분 이내에 등반 완료.
꼴찌로 처져 산에 오르는 모습을 뒤에서 보니 스타일도 가지각색이다. 등반 때 앞에 서지 않고는 못 배기는 김태영은 이날도 줄곧 선두권을 유지했다. MP3를 틀어놓고 묵묵히 산에 오르는 강승조는 ‘나홀로파’. 얼마 전 폐에 구멍이 생겨 수술을 받은 강승조는 “절대 무리하지 말라”는 윤희준 코치의 만류에도 꿋꿋하게 정상을 밟았다. 노고단 돌탑 앞에서 “소리 크게 한 번 지르고 2008년은 모두 잊어라. 소원도 하나씩 빌자”는 황 감독의 말에 30명이 일제히 고함을 질러대자 귀가 멍멍하다. 이제 드디어 하산의 시간. 무슨 소원 빌었느냐는 질문에 박희도는 “올해는 어시스트왕이 되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구례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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