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카페]미-유럽 잔치된 스노보드 세계대회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강원 횡성군에서 24일까지 열리는 스노보드세계선수권은 아시아 처음으로 개최되는 행사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각 종목에서 잇달아 예선 탈락했다.

본선 진출은 대부분 북미와 유럽 선수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하고 있다. 관중은 주요 경기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시상식을 할 때면 눈에 띄게 관중이 줄어들었다. 한국 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다케우치 도모카가 여자부 평행대회전에서 아시아 최초로 4위에 올랐다.

일본 언론 10여 개 팀은 본선에 오른 자국 선수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취재 경쟁을 했다. 일본의 스노보드 열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과 외국의 스노보드 수준 차는 크다. 하지만 선수만 탓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스노보드 국가대표팀 8명은 대한체육회에서 5000만 원 등 연간 1억 원을 지원받는다. 국내 훈련을 하기에도 빠듯한 비용이다. 추가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해외 전지훈련이나 국제대회 출전이 쉽지 않다.

강원 평창군은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3월까지 바이애슬론, 알파인스키, 여자컬링 대회를 줄줄이 개최하며 평창 알리기에 나섰다. 이 기간 방한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열심이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의 실력 향상 없이는 애써 남의 잔치를 구경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지안프랑코 카스퍼 국제스키연맹 회장은 뼈있는 말을 했다.

“한국이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에 비해 스키 수준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겨울 스포츠의 꽃인 스키에서 결선 진출자가 없다면 창피한 일 아니겠는가.”

횡성=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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