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로의 외도를 접은 이태현(5품)은 씨름에 필요한 ‘당기는 근육’보다는 격투기에 주로 쓰이는 ‘미는 근육’이 발달한 상태였다. 의식적인 공격은 번번이 좌절됐다. 하지만 그의 몸속에는 천하장사 3회, 지역장사 12회, 백두장사 18회를 차지한 감각이 살아 있었다. 이태현은 “(예선전에서 3번의 승리는) 몸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기술들이 먹혔기 때문”이라면서 “60%에 불과한 근력을 끌어올린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경수는 “이 나이에 샅바를 잡는 것만 해도 행복하다”면서 “씨름의 부흥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무보수로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김경수는 이번대회 7품 상금도 모두 홀몸노인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제대 이만기(46) 교수는 “두 선수 모두 6개월 정도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하면 충분히 후배들과도 겨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편, 윤정수(24·수원시청)는 결승에서 유승록을 3-0으로 물리치고 설날대회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