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 약점인 조직력 눈에 띄게 좋아져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한 호텔 객실.
29일 훈련을 마치고 온 강원 FC 선수들의 표정엔 기대감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어진 룸메이트 결과 발표. 선수들은 2인 1실로 일주일 동안 방을 같이 쓰게 될 룸메이트를 팀 게시판을 통해 확인했다. 일부 선수는 금주의 룸메이트에 대해 총평을 내리는가 하면 다른 선수는 벌써부터 “잘 부탁한다”며 예비 룸메이트에 대한 로비에 들어갔다. 새로운 룸메이트를 보고 웃는 선수들은 마치 초등학생들이 새 짝꿍을 보고 웃는 것처럼 천진난만했다.
올해 처음으로 K리그에 참여하는 신생팀 강원 선수들의 룸메이트는 매주 바뀐다.
지난해 12월 초 강원 강릉에서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생긴 이 전통은 최순호(47) 감독의 머리에서 나왔다.
최 감독은 “신생팀으로서 갖는 가장 큰 약점이 조직력”이라며 “빠른 시간 안에 조직력을 극대화하고 끈끈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룸메이트를 바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작은 변화는 얼마 안 돼 큰 효과를 냈다.
처음에는 서로 서먹서먹하던 선수들 사이에 언제부턴가 화합의 멜로디가 흐르기 시작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권순형(23)은 “여러 선수와 방을 같이 쓰다 보니 형제들이 늘어난 느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선수들은 이을용(34), 정경호(29) 선수 같은 대선배들과 함께 방을 쓰면서 갖가지 조언을 얻는다. 정경호는 “프로 의식에서부터 자기 관리 노하우까지 다양한 얘기를 나눈다”며 “덕분에 처음엔 말도 잘 못 붙이던 어린 선수들이 요즘엔 훈련장에서 ‘형, 패스’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강원은 설날까지 반납하고 훈련에 전념하고 있다. 27일 최 감독이 모친상을 당했을 때도 “팀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다”는 감독의 요구에 따라 선수들은 남아 훈련에 몰두했다. 그러나 힘든 훈련 속에서도 설날에 팀을 나눠 윷놀이, 제기차기 등을 하며 화합을 다졌다.
최 감독이 항상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빨리 하나가 돼야 한다”는 것. 강원이 한 몸이 되어 신생팀 돌풍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