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류공업협회는 지난해 ‘소주 소비 통계’를 최근 발표했지요.
우울한 경제 전망과 홀쭉해진 주머니 탓에 서민들의 술로 불리는 소주가 2007년보다 5.6% 늘어난 1억1613만9000상자(상자당 360mL들이 30병)가 팔렸다는 내용입니다.
시장 점유율로는 진로가 51.4%로 절반을 넘겼고, 두산이 11.1%를 차지했지요.
뜬금없는 소주 얘기를 프로야구로 이어가 볼까요.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소주를 주문할 때면 대개 두산의 ‘처음처럼’을 시킵니다. 누가 시키진 않았지만 ‘그래도 두산 술을 마셔야 두산 구단도 넉넉해지고, 더불어 야구판 살림살이도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소박한 생각에서지요.
하지만 이달 초 ‘처음처럼’을 만드는 두산주류BG가 롯데칠성음료에 매각됐습니다. 언뜻 보면 큰 차이는 없습니다. 롯데도 야구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관심은 ‘구도(球都)’라고 불리는 부산입니다.
‘부산 갈매기’라 불리는 부산 팬들은 뜨거운 야구 열정뿐만 아니라 술 소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부산에 야구 열기가 다시 불면서 인근 술집들의 매상이 늘고 지역 경기가 살아났다는 얘기까지 나왔습니다.
사실 부산은 일부 소주 브랜드에는 불모지와 같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소주 ‘C1’을 파는 지역기업 대선주조가 점유율 90%가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좋은데이’를 파는 무학이 4∼5% 남짓, 진로가 3%가량이지요. 두산의 ‘처음처럼’은 정말 인기가 없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롯데가 지난해까지 두산이 팔던 ‘처음처럼’을 들고 부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홍성흔 주’라는 애칭도 나왔습니다. 두산에서 롯데로 주인이 바뀐 ‘처음처럼’을 역시 두산에서 뛰다 올 시즌 롯데로 옮긴 홍성흔에 빗댄 말이지요.
대선주조는 “롯데의 소주 인수는 민감한 부분”이라면서 “지난해까지 이어지던 롯데 구단과의 마케팅 제휴가 올해 끊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롯데칠성은 “구체적인 (마케팅) 방향은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물러섰습니다.
올해 롯데의 성적과 홍성흔의 활약이 부산 지역 소주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