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현실의 차는 컸다.
대한축구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도입하기로 한 고교 축구 주말 리그제 시행에 대한 찬반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3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2009 고등리그 시행 토론회.
주말 리그제는 학기 중 토너먼트 대회를 전면 폐지하고 대신 주말마다 지역 리그 대회를 열어 연말에 왕중왕전을 치르는 방식이다.
학교 수업을 빠지고 운동만 해 온 기존 틀을 바꿔 ‘공부하는 축구선수’를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현장 지도자와 학부모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유예를 요구했다. 좋은 성적을 내야 프로나 대학에 갈 수 있는 현실을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우상일 문화부 체육정책과장은 “축구선수로 활동하다 실업이나 프로팀으로 진출하는 건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교육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은 선수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 축구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축구판을 키워야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오희천 통진고 감독은 “축구선수들이 공부하지 않는다는 건 현장을 알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 감독은 “여의도고는 모든 수업을 마친 뒤 훈련을 하고 우리 학교도 오전 수업을 꼭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반박한 뒤 “리그제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었고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고 곧바로 올해 진행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반대 논리를 폈다.
고교 3학년 선수를 둔 한 학부모는 “학생에게 공부할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난해 11월 정책을 발표하고 올해 곧바로 시행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10년간 유지됐던 종전 틀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면 대학 진학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우리 아이가 시험 대상이 되게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