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한국대표팀의 유일한 빅리거 추신수(27·클리블랜드)가 2월 15일부터 시작되는 하와이 전지훈련에 불참한다. 대신 아시아 라운드가 열리기 직전인 3월 1일쯤 결전지인 일본 도쿄로 건너올 전망이다. 이미 투타의 기둥 박찬호(36·필라델피아)와 이승엽(33·요미우리)의 출전이 불발된 가운데 추신수의 합류마저 지연됨에 따라 4강 신화 재현을 노리는 한국으로선 또 하나의 악재를 맞은 꼴이 됐다.
당초 대표팀 합류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듯했던 추신수는 왜 이처럼 갑작스레 하와이 전지훈련을 건너뛸 수밖에 없게 됐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과는 판이하게 클리블랜드 구단이 추신수의 WBC 출전을 탐탁치 않게 여겼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클리블랜드, 추신수의 부상 전력에 난색 표명
한국야구위원회(WBC) 관계자는 30일 “클리블랜드가 ‘지난해 왼쪽 팔꿈치를 수술 받은 추신수가 구단이 마련한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하와이 캠프에는 보내줄 수 없다. 그러나 아시아 라운드부터 WBC 출전은 수용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는 또 ‘WBC에서도 추신수를 외야수가 아니라 수비 부담이 없는 지명타자로 기용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클리블랜드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추신수의 한국대표팀 합류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협조하는 듯했다. 마크 샤피로 단장이 직접 WBC 출전을 승인했다. 선수보호 차원이라는 입장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이처럼 클리블랜드가 돌연 미온적 태도로 돌변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빅리그의 입장 대변한 WBC 실행위원회
클리블랜드가 추신수 차출에 부정적으로 기운 근거는 2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WBC 실행위원회가 새로 만든 ‘전년도 부상자 명단(DL)에 45일 이상 등재된 선수에 대해서는 소속 구단에서 WBC 출전을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에 있다. 당연히 빅리그 구단들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물이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클리블랜드는 WBC 실행위에서 이같은 규정이 신설되리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얼마 전부터 추신수의 WBC 출전을 허용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여왔다.
다행히 KBO도 이런 흐름을 사전에 포착하고 기민하게 대응,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KBO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에 추신수의 WBC 출전 불발시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클리블랜드도 MLB를 통해 우리의 강경한 입장을 파악한 뒤 ‘조건부 출전 허용’으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화보]2008 최고의 활약을 펼친 클리브랜드의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