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승엽의 진심과 각오] “WBC 불참은 날 위한 결정”

  • 입력 2009년 1월 31일 08시 11분


적어도 이승엽(33·요미우리)의 인기는 안 죽었다. 출국시간을 공식 발표하지도 않았는데도 30일 김포공항에서는 신문, 방송 등 수십 명의 취재진이 30여분 전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 이승엽은 출발을 1시간 가량 앞둔 오후 3시20분쯤 청바지에 캐주얼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개막전에 다 걸겠다

목표를 묻자 이승엽은 “캠프 한달 동안 몸과 마음을 100%로 만들어놓고 그 다음에 말 하겠다”고 비껴갔다.(이승엽은 목표를 밝히면 망치는 징크스를 갖고 있다) 대신 “절박한 심정”, “악착같이” 등 작심한 듯 독한 언사들을 쏟아냈다. 주전 경쟁에 대해서도 “성적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프로 14-15년차인데 고졸선수(오타 다이시)와 경쟁이 언급되는 (현실) 자체가 자존심 상한다. ‘경쟁’이란 단어조차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 승부처를 이승엽은 개막전이라고 단언했다. “개막 5번이 될지 어떨지 알 수 없지만 개막전에 못 나가면 올 시즌은 힘들 것이다. 개막전에 올 시즌을 걸겠다.” 그러면서 “걱정 마시라.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다. 지지 않을 것”이라고 오히려 주변을 안심시켰다.

○WBC 불참은 나를 위한 결정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을 결정했지만’이란 서두가 나오자 이승엽은 “예”라고 서슴없이 답했다. “죄송스러워서 조언도 못 하겠다”고까지 하면서 왜 이승엽은 이다지도 단호한 걸까. “나 자신을 위해서 결정했다. 소속이 요미우리인데 미안했다. 보답이 우선이다. 내가 가장 중요했다.” 이 이상 진솔할 수 있을까.

이런 말도 했다. “작년 2군에 오래 있었다.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렇게 오래 머문 적이 없었고 정말 최악이었다. 다시 하고 싶지 않다. 2년 연속 그러면 (요미우리에서) 야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타격 폼의 약점 찾았다

모국에서 가진 시간, 이승엽은 여러 수확을 얻은 듯했다. 운동도 잘 됐고, 체중은 93kg으로 딱 좋다. 손가락 통증도 전혀 없다.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정상’을 되찾았다. 귀국 당시만 해도 모든 게 싫었는데 지금은 최상의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그 최상의 상태는 2005-2006년이라고 자평했다. 그 때 타격 폼으로 한 시즌을 쭉 보내고 싶다고 했다. “안 좋은 원인과 버릇을 알게 됐다. 준비과정에서 배트를 들락거리다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간결한 스윙을 찾았다.”

김포공항|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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