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승리수당 폐지다. 과도한 승리수당에 K리그 구단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구단별로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하다보니 하룻밤에 1억원이 넘는 돈이 지출되는 것은 다반사. 승리수당만 줄여도 인건비가 구단 연간 운영비의 70-80%를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문제는 실효성과 시기다. 구단들은 이미 상당수 선수들과 계약을 마쳤다. 이 시점에서 갑작스레 승리수당을 폐지하겠다고 하니 일선 실무자들 입에서 “이미 계약을 체결한 선수에게는 주고 체결하지 않은 선수에게는 주지 말라는 거냐.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방안을 도출한 후 내용을 발표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해명도 엉뚱했다. 연맹 고위관계자는 “여기서 말하는 승리수당이라는 개념은 우승 수당 보너스 등 소위 말하는 ‘베팅’을 없애자는 거다. 경기당 승리수당은 구단들이 스스로 줄여야지 연맹이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고 발을 뺐다. 이런 불분명한 내용을 공식입장이랍시고 전 언론사에 배포한 것에 대해서는 “단장들이 빨리 발표하기를 원했다”고 방패막이를 쳤다. 내용은 없고 포장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고기 먹을 거 돼지고기 먹고 조금 덜 비싼 호텔에서 자면서 구단들이 알아서 잘 절약한다. 제대로 정해지지도 않은 내용을 거창하게 말로만 선언해 생색내는 게 연맹이 할 일이냐”고 꼬집은 구단 관계자의 말을 연맹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