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질 게 없는 장사다.”
대한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2018년 또는 2022년 월드컵 유치 의사를 전달한 것을 두고 한 축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축구협회는 2018년이나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일본과 중국이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라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 하지만 최근 중국이 유치를 포기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축구협회는 유치에 성공하면 좋고 그렇지 못해도 본전이라는 생각이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쌓았다.
FIFA 규정에는 월드컵을 개최하는 국가는 12개 경기장과 개폐회식 장소로 관중 8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메인 스타디움을 보유하도록 돼 있다.
한국은 이미 10개의 월드컵 구장을 갖고 있어 2곳만 더 지으면 된다.
FIFA는 2014년 브라질 대회까지만 대륙별 순환 개최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가운데 한 번은 아시아권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신청한 나라 가운데 아시아 국가는 한국과 일본, 인도네시아, 카타르, 호주 등 5개국이다.
2002년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한국과 일본은 유리한 상황이다. 카타르, 인도네시아는 기반 시설이 열악하다. 호주는 월드컵을 개최한 경험이 없다.
정부도 협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축구협회가 월드컵 유치에 도전하는 것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월드컵 유치가 가시화되면 구체적인 논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은 “월드컵 유치 신청은 기쁜 일이고 축하할 일이다. 월드컵이 다시 열리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경제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월드컵 유치의 걸림돌이 있다. 강원 평창군이 2018년 동계올림픽, 부산이 2022년 하계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여러 국제 스포츠 대회를 동시에 유치하려다 모두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