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道公, 상위팀 상대 5세트 4전전승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가 흥미진진하다.
약팀들이 선두를 다투는 1, 2위 팀을 만나도 접전을 벌이며 풀세트(5세트)까지 가는 경기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7라운드 중 4라운드를 마쳐 팀당 16경기를 치른 4일 현재 여자부에서 나온 풀세트 경기는 11번. 지난 시즌 같은 시기의 6차례보다 2배 가까이 많아졌다.
특히 올스타전 휴식기 이후 시작된 4라운드(전체 10경기)에서만 5번의 풀세트 경기가 나와 갈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접전을 벌이는 경기가 많아지다 보니 남자부에서는 라운드마다 나오는 전승 팀이 여자부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풀세트 경기가 많아진 데 대해 전문가들은 각 팀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게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꼴찌 팀 한국도로공사의 밀라가 4라운드 최우수선수에 뽑힌 데서 보듯 약팀이라도 공격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 1명이 버티고 있으면 강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풀세트 경기만 따로 떼어놓고 본 각 팀의 승률도 흥미롭다. 도로공사는 최하위지만 일단 풀세트까지 가기만 하면 상위 팀을 꺾는 뒷심을 보여 준다.
도로공사는 3할 승률에도 못 미치는 4승 12패의 성적이지만 이 4승이 모두 풀세트 경기에서 따낸 것으로 ‘5세트 불패’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1, 2위를 달리는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은 풀세트 경기에서 별 재미를 못 봤다. GS칼텍스는 4승 2패, 흥국생명은 3승 2패로 각각 전체 승률 0.750과 0.688에 못 미친다.
한양대 감독을 지낸 신춘삼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팀장은 “5세트까지 가면 공격보다는 수비가 강한 팀이 일반적으로 더 유리하다”며 “도로공사는 수비가 강한 데다 밀라 같은 해결사가 있어 5세트 때 강한 면을 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풀세트 경기가 많아지면 각종 기록도 많이 나올 것으로 배구인들은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 외국인 선수 데라크루즈는 지난달 KT&G와의 풀세트 경기에서 여자부 한 경기 최다인 45점을 올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