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재 선출에 일절 간여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메시지가 3일 전달되자 KBO 하일성(사진) 사무총장은 각 구단 사장들과 물밑접촉을 시도했고, 그 결과 9일 2009년도 첫 이사회를 개최해 임원(총재) 선출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런데 채 하루도 안 되는 사이에 의혹이 눈덩어리처럼 불거졌다. 그 중에는 무심코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들도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 총장이 ‘구단주 총재’를 염두에 두고 각 구단에 왜곡된 정보를 흘렸다거나, 하 총장이 A구단 사장과 손잡고 A구단 구단주를 새 총재로 밀고 있다는 소문들이다. 이 같은 의혹의 진위를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항간의 의혹을 떠나 이미 야구규약에 명시된 원칙과 관례에 입각해 해법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먼저 그간의 경위를 살펴본다.
신상우 전 총재가 사퇴 의사를 공식 표명한 지난해 12월 16일 이사 간담회 직후 삼성을 제외한 7개 구단 사장들은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차기 총재로 추대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이후 유 이사장은 공식 추대가 예정된 이사회(12월 23일)를 하루 앞두고 돌연 고사했고, 그 내막(정치적 외압 작용)으로 인해 그동안 후임 총재 논의는 40일 넘게 공전돼왔다. 그러나 3일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차관의 기자간담회 발언 직후 진행된 총재 논의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과 다른 대목이 하나 눈에 띈다. 바로 하 총장이 중간 고리(각 구단과의 물밑접촉)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다.
KBO 사무총장은 이사회 구성원이기는 하나 표결권은 없다(KBO 정관 제22조 ①항). 또한 임명권자인 총재가 사퇴한 만큼 사무총장은 후임 총재 논의구조에서 빠져야 함이 마땅하다. KBO 이사회 멤버들인 각 구단 사장들이 이런 원칙과 관행을 모를 리는 만무하다. 하 총장도 마찬가지 아닐까.
정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