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도 완벽” 고질적 2월 부진 털어내 “연기력과 기술 모두 완벽했어요.” 5일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심판을 맡았던 이지희 대한빙상경기연맹 심판이사는 흡족해했다. 현역으로는 국내 유일한 국제 심판인 그녀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등 김연아가 참가한 대회에서 2005년부터 심판을 맡아왔다. 이지희 심판은 “연아가 첫 번째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한 뒤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캐나다 관중은 그의 아름다운 연기에 뜨겁게 환호했다”고 말했다. ○ 물오른 연기로 관중을 홀리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절정에 오른 연기를 보여줬다. 36명의 선수 가운데 34번째로 나선 김연아는 검은색 의상만큼 차분한 표정이었다. ‘죽음의 무도’ 음악이 흐르면서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 점수 9.5점)를 뛰었다. 트리플 플립에서 가산점 0.4점을 포함해 9.9점을 얻었다. 잘못된 에지 사용으로 ‘어텐션(주의)’ 판정을 받아 더 많은 가산점은 받지 못했다. 첫 번째 점프를 만족스럽게 뛴 김연아는 장기인 트리플 러츠(6.0점)도 정확한 아웃 에지로 가볍게 뛰어올라 세 바퀴를 돌고 착지했다. 가산점은 1.4점을 얻었다. 관중석은 그의 연기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김연아는 스파이럴 시퀀스(한 발을 들고 스케이팅하는 기술)를 레벨 4(3.4점)로 처리했다.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3.5점)도 가산점 1.4점을 받으며 절반의 과제를 마쳤다. 이어 미끄러지듯 빙판을 길게 활주한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허리를 뒤로 젖혀 회전하는 기술)과 플라잉 싯 스핀(공중에 뛰어오르고 난 뒤 앉아서 회전하는 기술)을 모두 레벨 4(각 2.7점, 3.0점)로 연기했다. 김연아는 스텝(레벨 3·3.3점)과 콤비네이션 스핀(레벨 4·3.5점)으로 모두 0.5 이상의 가산점을 받고 연기를 마무리했다.
○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예약하다 김연아의 연기는 2008∼2009시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첫 대회인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1차 대회에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69.50점을 받았다. 3차 대회에선 63.64점을 받았고 경기 고양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65.94점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 72.24점으로 역대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김연아는 매년 2∼3월 무릎 부상 등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달랐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는 “김연아의 컨디션은 현재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김연아의 연기는 안무와 음악이 완벽하게 몸에 적응됐음을 보여줬다. 보통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연기는 한 시즌 동안 같은 내용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데 6개월이 걸려서다. 김연아는 이번 시즌 프리스케이팅 배경음악을 ‘미스 사이공’에서 ‘셰에라자드’로 바꿨다. 이에 맞춰 의상도 교체했다. 이번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기록 경신으로 김연아는 7일 프리스케이팅과 3월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연아는 4대륙 피겨선수권을 통해 내년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0순위임을 증명했다. 김나영-김현정도 프리 진출 이날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김나영(19·연수여고)과 김현정(17·군포 수리고)도 16위와 17위에 올라 쇼트프로그램 24위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권을 확보했다. 아직 점프와 연기력은 보완이 필요하지만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피겨 선수들은 무럭무럭 크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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