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SK에서 떠도는 전훈 괴담이 있다. 김성근 감독이 오키나와에서도 떨어진 무인도나 다름없는 고도(孤島)에서 전훈을 기획하려다가 포기했다는 얘기다. 이 소문은 사실이라는데 정작 구체적으로 그 섬이 어디인지, 왜 포기했는지는 가려져 있다.
그래서 SK 코치들을 찾아가 진위를 물었더니 고정식 배터리코치는 “바로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SK버전 ‘환상의 섬 이어도’의 이름은 도키시키 섬. ‘구글어스’로도 한참 찾아야 된다. 김 감독이 성균관대 인스트럭터 시절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당시 일본 전훈중인 성대가 이곳까지 연습경기를 하러왔을 때 한눈에 반했다는 소문이다. 김 감독의 파라다이스는 야구장 시설은 갖춰져 있고, 숙소는 있지만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 읍내로 나가려 해도 차를 타야 된다. 원래 극기 훈련 용도로 건설된 시설이다.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자연 환경과 오키나와보다 저렴한 비용이 김 감독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데 왜 뜻을 접었을까. 관계자의 증언이 걸작이다. “하루에 배가 딱 두 번 온다. 부상자나 응급환자가 생기면 대책이 없다.” 비상 헬기를 띄우자니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다. 덕분에 프로야구판 실미도는 에피소드로 일단락됐지만 하마터면 여러 사람 죽을 뻔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