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어도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내던 평소 스타일과 달리 최근 강한 인상을 남기며 KCC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어서다.
1997년 프로에 데뷔한 그의 나이는 어느덧 30대 중반. 올 시즌 중반까지도 여전히 주연보다는 조연일 때가 많았다. 조성원(38)과 이상민(37) 같은 스타 선배들의 그늘에 가려 있었고, 이들이 팀을 떠난 뒤 지난 시즌에는 동갑내기 서장훈의 가세로 여전히 2인자에 머물렀다.
최형길 KCC 단장은 “승균이는 선배나 동기들을 배려하는 성격을 지녔다. 내가 나서면 남이 불편할까 봐 꺼리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서장훈이 전자랜드로 트레이드되면서 추승균은 명실상부한 KCC의 1인자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2라운드까지 평균 10.6득점에 머물렀던 추승균의 공격력은 3라운드에서 15.1득점으로 늘어났고 4라운드에서는 18.1득점까지 올랐다. 올 시즌 평균 13.9득점으로 국내 선수 중 3위다. 4쿼터나 연장전에서는 해결사 노릇도 톡톡히 해냈다.
추승균은 하승진(24), 강병현(24), 신명호(26) 등 열 살 가까이 어린 선수들과 뛰면서도 좀처럼 지칠 줄 몰랐고 코트에서나 훈련할 때도 요령 한 번 피우는 일이 없다.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 등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추승균은 출전 기회가 적은 후보 선수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KCC는 시즌 초반 리더 부재에 허덕이며 8연패에 빠져 9위까지 처졌으나 추승균을 중심으로 조직력이 살아나며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로 공동 4위(20승 17패)까지 치솟았다.
뒤늦게 꽃피운 추승균은 1월 최우수선수에도 역대 최고령으로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추승균은 “이제야 비로소 여유가 생겨 코트 안팎을 챙기게 된 것 같다. 책임감이 크다. 다음 주 시즌이 재개되는데 후배들과 더 힘을 합쳐 보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