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테헤란 아자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에서 0-1로 뒤지던 후반 36분 박지성의 천금같은 동점골에 힘입어 이란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조별 리그에서 2승 2무 0패(승점8)를 기록, 2위 북한을 승점 1점차로 따돌리고 조 선두를 유지했다.
게다가 이란과의 역대 전적에서도 9승 5무 8패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날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허정무 감독은 최전방 투톱에 이근호(대구)와 정성훈(부산)을 내세웠다.
좌우 측면 공격수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서울)을 출전시킨 허 감독은 기성용(서울)과 김정우(성남)를 중원에 배치시켰다.
또 포백(4-back) 수비라인은 왼쪽부터 이영표(도르트문트)-강민수-조용형(이하 제주)-오범석(FC사마라)으로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이운재(수원)가 꼈다.
경기 초반 한국은 이란의 탄탄한 미드필드 조직력에 답답함을 이어갔다. 상대의 빠르고 강한 압박에 제대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문전에서 위험한 슈팅을 두 번이나 허용하며 수비에서 볼을 걷어 내기에 바빴다.
또 전반 10분이 지나서야 박지성이 볼을 만졌을 정도로 공격이 너무 오른쪽 측면으로 편중돼 공격의 밸런스가 무너진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홈팀의 일방적인 응원과 미끄러운 그라운드 컨디션은 선수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반 중반부터 박지성이 경기를 조율하면서 한국의 조직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측면 자원인 이청용과 박지성의 활발한 측면 돌파가 부활하자 상대 중앙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좋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허 감독은 초강수를 뒀다. ‘타깃형 스트라이커’ 정성훈을 빼고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을 교체투입한 것.
점점 공격 점유율을 높여가던 한국은 전반 40분 문전에서 30m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기성용이 대포알 같은 오른발 슈팅을 날려 이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2분 뒤에는 염기훈이 아크서클 오른쪽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을 득점없이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이란을 거세게 밀어부쳤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일격에 선취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후반 12분 문전 정면에서 맞은 상대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자바드 네쿠남의 감아찬 볼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다급해진 한국은 곧바로 동점골 기회를 잡았지만, 골대의 불운에 울어야 했다.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오범석의 크로스를 이근호가 껑충 뛰어 올라 몸을 비틀며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갔다.
후반 24분 이영표 대신 오버래핑 능력이 뛰어난 김동진을 교체투입한 한국은 차분하게 골 찬스를 만들어 갔고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후반 36분 문전 정면에서 맞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기성용의 상대 수비벽을 살짝 넘겨 찬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자 쇄도하던 박지성이 강한 헤딩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갈랐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박지성 대신 박주영을 투입시켜 역전골을 노렸지만 상대의 거센 저항을 뿌리치지 못하고 승점 1점을 보태는데 만족해야 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