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한 북한 축구의 기본 전술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수비진을 두껍게 한 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역습을 하는 ‘수비형 속도 축구’.
북한은 11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B조 4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해 26년 넘게 이어진 사우디전 무승 징크스를 털어냈다. 그 중심에는 북한의 ‘해외파 3총사’가 있었다.
북한 축구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정대세(25·가와사키)가 ‘함께 뛴다’는 것만으로도 북한 선수들은 큰 힘을 얻는다”고 입을 모았다. ‘인민 루니’로 불리는 정대세는 이날 북한 전술의 꼭짓점으로서 명성을 확인시켰다. 그는 공격 진영에 고립되더라도 위력적인 슈팅을 여러 차례 날렸다. 공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 쉴 새 없이 전방을 휘저으며 상대 수비진에 부담을 주는 플레이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캡틴’ 홍영조(27·로스토프)는 과감한 슈팅과 송곳 같은 패스, 위력적인 프리킥으로 이름값을 했다. 공격의 시작은 항상 홍영조였고 결국 그의 뒤꿈치 패스에서 문인국의 결승골도 터졌다.
안영학(31·수원 삼성)의 플레이는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김남일을 보는 듯했다.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터프한 수비, 공격으로 전환하는 빠른 패스는 북한이 중원 싸움에서 사우디에 맞설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