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이보다 페이스 좋은 적 없었다”

  • 입력 2009년 2월 16일 08시 05분


‘에이스가 간다.’

조짐이 좋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할 한화 류현진(22)이 쾌조의 컨디션을 뽐내고 있다. 직구 최고구속은 벌써 시속 145km를 찍었고, 특유의 ‘명품’ 체인지업도 구석구석 마음먹은 대로 꽂힌다.

류현진은 WBC 대표팀 전지훈련을 하루 앞둔 15일(한국시간) 하와이 센트럴 오아후 리저널 파크에서 불펜피칭 80개를 소화했다.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정상적인 경기를 5회 이상 막아낼 정도의 개수”다.

시종일관 볼끝이 위력적이었다. 류현진이 던진 공이 포수 미트에 묵직한 소리를 내며 꽂히자 주변의 시선도 불펜 쪽으로 쏠렸다. 김성한 수석코치와 이순철 타격코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손혁 한화 투수 인스트럭터는 “아주 좋다. 이렇게만 계속 던져라”고 칭찬했다. 또 인근 공원에 산책을 나왔던 한 현지인은 30분 이상 이어진 류현진의 불펜 피칭을 집중해서 지켜보기도 했다. 피칭을 끝낸 류현진은 “이 정도 시기에 이렇게까지 페이스가 좋았던 적이 없었다. WBC를 생각하면서 아무래도 더 집중해서 준비한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대만전 대비 체인지업 연마

류현진은 현재 가장 유력한 WBC 1라운드 대만전 선발 후보다. 스스로도 “내가 대만전에 던질 것 같고, ‘일본 킬러’ (김)광현이가 일본전 선발이 될 것 같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날 체인지업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던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대만 타자들은 장타력이 뛰어나지만 변화구에 취약한 면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대만 같은 팀들은 힘으로만 밀어붙이다가는 당해낼 수 없다. 직구보다 체인지업이 특효약”이라고 설명했다. 벌써부터 스스로의 임무를 인식하고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 투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주변에서 ‘체인지업을 너무 많이 던지면 직구 구위가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고 지적하자 “알고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많이 던지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일축했다.

한화 관계자도 “타자를 세워놓고 하는 라이브 피칭에서 직구 구속이 144-145km를 꾸준히 유지했다”고 귀띔했다. 물론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대만전에서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류현진은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캐나다와 쿠바 타자들을 상대로도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경기의 완급조절 면에서는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국내 정상급이다.

류현진은 “마운드에서 나의 가장 큰 무기는 자신감이다. 그거 하나 믿고 던지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한편 16일 하와이에 입성하는 WBC 대표팀은 하루 휴식을 취한 뒤 17일 한화와 같은 장소에서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화 소속인 류현진, 김태균, 이범호는 팀 휴식일인 17일 훈련을 거르고 18일부터 합류한다.

하와이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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