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쩍 다가갔습니다. 표정이 씁쓸합니다. 적잖이 착잡했나 봅니다. “인터넷에 우리 이름이 보여서 클릭해보면 다 ‘둘 중 하나 탈락’이더라고요.” 그 심정을 다는 몰라도 절반은 알 것도 같습니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탈락자는 나”라고 합니다. 이범호는 “처음부터 제가 탈락할 거라고 생각하고 왔어요”라고 합니다. 한화가 WBC 대표팀 바로 옆에서 훈련하고 있으니 “유니폼만 한화 걸로 바꿔 입고 나오면 돼요” 라면서요. 곁에 있던 최정도 쑥스럽게 웃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빠질 것 같아요. 전 경험도 없고….”
하지만 WBC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도 둘 다 같습니다. 대표팀 훈련이 시작되기 하루 전, 신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던 이범호입니다. “WBC는 야구선수라면 꼭 해볼만한 경험이에요. 일단 전세기라는 것도 타보죠,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경기 하죠….”
최정도 마찬가집니다. 그는 지루성 피부염을 앓고 있습니다. 도착할 때부터 얼굴이 온통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습니다. 지난해 말 하와이 우승여행 때 얻은 훈장(?)입니다. 하지만 약도 못 먹고 있습니다. WBC 도핑테스트 때문입니다. “괜히 덧날까봐 선크림도 못 발라요. 그냥 저절로 낫기만을 기다리는 거예요.” 눈물겨운 정성입니다.
이 마음을 김인식 감독도 알았나봅니다. 23일, 예상을 뒤엎고 ‘둘 다 끝까지 품고 가겠다’는 결심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팀워크 때문이랍니다.
마침 이날 오후 연습경기가 있었습니다. 유격수로 나선 최정이 4-6-3 더블플레이를 연결하자 덕아웃이 함성으로 뒤덮입니다. 이범호의 타구가 힘차게 뻗어나가자 벤치에서는 “나이스 배팅!”이라며 소리를 칩니다. 김 감독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팀워크’의 정체를 알 것만 같았습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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