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인자요? 1인자로 올라설 수 있는 목표가 있으니 더 행복하죠.”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이호석(23·고양시청)은 최근 물이 올랐다. 올 시즌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3개 대회에서 연속 2관왕에 오른 것. 이대로만 간다면 내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도 ‘일’을 낼 것만 같다.
하지만 이런 위상과는 달리 그의 이름 앞에는 ‘2인자’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1000m, 1500m 결승. 두 경기 모두 이호석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함께 출전한 안현수(24·성남시청)의 기쁨을 뒤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이호석은 아직도 ‘넘버2’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4일 현재 그의 세계랭킹은 2위. 그의 앞에는 부상으로 올 시즌을 뛰지 못한 안현수 대신 같은 한국선수인 성시백(22·연세대 졸업)이 버티고 있다. 4년째 떨쳐내지 못한 2인자의 설움은 없을까.
“만년 2위라고 부르는 것도 애정 표현의 하나라고 받아들입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정상에 도전하라는 채찍으로 들리더라고요.”(웃음)
한때 쇼트트랙을 시끄럽게 했던 파벌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단호했다.
“한때 사이가 안 좋다고 알려진 (안)현수 형과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제 파벌 문제는 없어졌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의 문제일 뿐 선수는 경기에만 집중해야죠.”
최근 ‘피겨 여왕’ 김연아(18·고려대 입학 예정) 효과로 피겨스케이팅의 인기가 높다. 피겨의 인기에 밀려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는 학생 비율은 3 대 7 정도로 역전됐다. 쇼트트랙이 한창 인기를 끌 시절 빙상장은 쇼트트랙을 배우려는 어린 학생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이호석은 이런 현상을 긍정적이라고 본다. “저도 김연아의 팬이에요. 피겨 덕분에 쇼트트랙도 덩달아 알려지는 것 같아요. 같은 스케이트 종목이니까요. 오히려 홍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모든 일에 낙천적인 그도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바로 4월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 대표 선발전의 경쟁은 치열하다. 50∼70명이 출전해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는 5명 남짓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표팀 되기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힘들다고 할 정도다. 국내 선수들만 해도 세계 30위권 안에 드는 실력파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호석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밴쿠버 올림픽 무대에서 꼭 뛰고 싶어요. 이제는 2인자가 아닌 1인자로 올라서고 싶거든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이호석은 누구?
▽1986년 6월 25일생 ▽홍익초-신목중고교-경희대 졸업
▽키 165cm, 몸무게 53kg ▽취미=사진 촬영
▽수상 경력=2005년 세계주니어선수권 개인종합 우승,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5000m계주 금메달,
1000m 1500m 은메달, 2007년 세계선수권 1000m 금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