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63)이 제17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취임했다.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유 총재는 야구 발전에 대한 포부를 밝히며 3년 임기의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 시즌 스폰서 확보 등 현안산적
유 총재는 할 일이 많다.
당장 올 시즌 타이틀 스폰서부터 구해야 한다. 2000년부터 스폰서를 맡아 온 삼성이 손을 뗀 상태이기 때문. 다른 종목들처럼 리그에 참가하는 구단의 모기업에 손을 벌려 그때그때 스폰서를 구하는 방식은 안 된다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유 총재는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기업 몇 곳과 여러 형태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KBO 총재들이 단골 레퍼토리로 약속했던 돔구장 건설과 명예의 전당 건립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유 총재는 “최근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만나 돔구장 건설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며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방적인 집행부 물갈이로 갈등을 빚은 대한야구협회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 KBO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 야구협회 집행부 인사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적자 탈피 위해 머리 맞대야”
유 총재는 임기 내 최우선 해결 과제로 ‘프로야구단의 만성적인 적자 경영 탈피’를 꼽았다.
그는 “모든 구단이 해마다 적자를 내는 게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며 “어떻게 하면 구단이 흑자를 낼 수 있을지 야구인들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야구도 비즈니스인 만큼 흑자를 낸다면 대기업이 아니라도 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BO 새 집행부 구성은 나중으로 미뤘다. 다음 주 개막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 야구로 인생을 결산할 생각
유 총재는 야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KBO 총재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꼭 해보고 싶었던 자리다. 평소에도 인생을 결산하는 시기에는 야구인들과 함께하겠다고 생각했다.”
유 총재는 과거 총재들은 ‘제왕절개’로, 자신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총재라고 비유했다. 낙하산 총재가 아니라 야구인 전체가 단결해 선출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진통도 많았다는 것.
그는 지난해 12월 8개 구단 사장들에게 추대 받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발로 사퇴한 뒤 재추대를 통해 KBO의 수장이 됐다.
유 총재는 “수락 과정 때문에 KBO 총재의 권위에 흠이 생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야구인들이 자율적으로 뽑은 총재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