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WBC, 한국이 유리한 이유

  • 입력 2009년 2월 27일 07시 29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한국이 예상을 깨고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결정적 요인으로 단기전 승부와 발빠른 투수교체가 꼽히고 있다.

한국 야구는 프로야구의 장기레이스를 접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단기전 승부다. 고교야구 대회, 대학야구가 한결같이 단기전 승부다. 미국과 미국의 영향을 받은 캐나다, 중남미 국가들은 시스템이 거의 프로와 비슷한 페넌트레이스다. 미국은 고교야구도 정규시즌을 치르고 포스트시즌을 한다. 따라서 선발투수는 선발만 맡고, 구원은 구원으로서의 역할에 그친다. 한국은 다르다. 단기전에서는 선발에 큰 의미가 없다.

원년대회 2라운드에서 미국과의 경기를 다시 보자. 한국의 김인식 감독은 “경기 전에는 미국에게 상당히 겁을 먹었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의 7-3 승리였다. 미국 선발은 좌완 돈트렐 윌리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였다. 윌리스는 1회부터 제구력 난조를 보이다가 이승엽에게 2점홈런을 허용한 뒤 3회에도 볼넷, 사구로 추가실점을 해 패전투수가 됐다.

국내 감독이었다면 윌리스처럼 1회부터 제구력이 흔들렸을 때 그대로 던지게 했을까. 한국시리즈 7차전 승부나 마찬가지인데 놔둘 리가 없다. 반면 김인식 감독은 선발 손민한의 3이닝 피칭에 이어 전병두 0.1이닝, 김병현 1이닝, 구대성 3이닝, 정대현 1.1이닝, 오승환 0.1이닝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에 앞서 2-1로 이긴 멕시코전 역시 투수교체는 상대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선발 서재응이 선발 5.1이닝 동안 1실점했고, 구대성 1.1이닝, 정대현 1이닝,봉중근 0.1이닝, 박찬호 1이닝으로 게임을 매조지했다.

원년 대회도 지휘했던 김인식 감독은 “투구수 때문에 투수를 빨리 교체했다”고 했으나 투구수를 고려하지 않은 팀은 없다. 그러나 멕시코나 미국은 거의 이닝이 바뀔 때 투수를 교체했고, 한국은 이닝 때 교체가 딱 두번에 불과했다. 상대가 전혀 예상치 못했을 때 투수를 교체한 것이다.

미국야구에 정통한 삼성 이문한 스카우트는 이번 WBC 대회에서도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로 “한국은 타자들이 컨택트 능력이 뛰어나 삼진이 적다. 투수교체는 항상 한발 빠르게 이뤄진다. 그리고 한국은 단기전 승부에 익숙해 있어 토너먼트 방식에서는 유리하다”는 것이다. 선수층도 얇고, 전력이 약하지만 이번 대회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하와이|문상열

[화보]WBC 대표팀 하와이 전지훈련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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