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구 맞고나면 땅이 흔들린다”

  • 입력 2009년 2월 27일 07시 31분


“아파도 아픈 척을 못 했다니까요.”

추신수(27·클리블랜드)에서 시작된 수다가 박경완(37·SK)까지 이어졌다. 아픈 걸 내색하지 않고 뛰려다가 웃음을 자아냈던 프로야구 선수들의 애환이다.

이야기는 추신수가 꺼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무조건 참고 뛰었어요.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니까요.” 싱글A 시절. 타석에 있던 추신수는 투수가 던진 공에 헬멧을 맞았다. 눈앞이 핑 돌고 머리가 어질어질. 하지만 이대로 넘어져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벌떡 일어서 1루로 걸어갔다. 그 때 주변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알고보니 나는 일직선으로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비틀비틀 거리면서 점점 선을 벗어나고 있었던 거죠.”

그러자 박경완이 받아쳤다. SK 엄정욱이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던 시절. 타석에는 당시 현대였던 송지만(히어로즈)이 서 있었단다. “그 때 정욱이 공이 얼마나 빨랐냐. 근데 정통으로 머리에 맞은 거야. 지만이가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더라고.” 걱정돼 다가갔더니 송지만이 “게임은 계속해야지”라며 일어나더란다. 박경완이 안심하며 돌아본 순간, 송지만은 1루가 아닌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었다. 벤치의 교체 사인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곁에 있던 류현진(한화)과 봉중근(LG)마저 웃어버릴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 열전이었다.

하와이|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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