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는 당시 어깨가 아팠습니다. 수술을 받고 재활하는 도중이었거든요. 1-2라운드 일본전과 멕시코전, 일본과의 4강전에서 2.1이닝을 던진 게 전부입니다.
“안타까움이 컸어요. 저도 팀에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등판 기회가 없었어요. 스피드도 130km대 중반까지만 나왔으니까….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하지만 미련을 씻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시 WBC 대표팀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존재감이 별로 없었던 3년 전과는 달리 이번엔 임무도 막중합니다. 대선배 박찬호가 했던 역할을 윤석민과 나눠 맡아야 합니다.
마침 팀에서도 마무리로 변신해야 하는 그는 “어려운 상황을 통쾌하게 막아내는 느낌을 미리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좋아합니다.
사실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미국 무대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깨가 다시 좋아질 줄 몰랐으니까요. 해외 진출 자격을 얻으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만, 너무 빨리 포기한 건 아닌가 싶어 후회가 될 때도 있어요.” 벌써 직구 구속이 145km까지 올라온 최근의 몸상태를 보면서 아쉬움은 더 커집니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기회가 생길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불혹에 가까운 나이에 꿈 하나만 믿고 메이저리그 행을 택한 최향남의 이야기를 듣고 용기도 얻었답니다.
클리블랜드 추신수가 대표팀에 합류한 것도 자극제가 됐습니다. “처음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저는 타자를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신수는 투수를 원했대요. 결국 반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신수를 보니 다시 저도 빅리그에 대한 열망이 생겨요.” WBC는 그 꿈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최고의 무대입니다.
봉중근은 그렇게 다시 WBC로 향합니다. 3년 전보다 더 무거운 태극마크를 달고서요. 각오는 그 때와 같을지 몰라도 몸과 자신감은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늘 ‘할 수 있다’고 외치는 젊은 동료들에게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는다는 그. 국가대표 투수 봉중근이 못다 이룬 꿈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하와이|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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