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목소리에 쭈뼛…김정우 “나 캡틴 맞아?”

  • 입력 2009년 2월 27일 07시 45분


모든 게 확 바뀐 성남 일화. 특히 ‘젊음’을 빼놓을 수 없다.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단까지 젊은 패기로 무장했다.

올 시즌 필드 안팎에서 동료들을 이끌 주장은 김정우(27·사진). 신 감독이 1월 초 코치진과 논의 끝에 직접 결정했다. 계약기간이 1년 남은 김정우를 남기기 위한 신 감독의 속내도 작용했다. 사실 김정우는 주장을 원치 않았다는 후문. 워낙 소극적인데다 말수도 적고, 혼자 하는 플레이에 더 익숙한 까닭이다. 신 감독이 김정우에게 완장을 채우겠다고 통보하자 그는 “내 인생에서 리더가 된 건 처음”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미 내려진 결정을 뒤집을 수 없었다. 시간이 꽤 지났건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마냥 주장은 김정우에게 낯설다. 에피소드도 많다. 심지어 실전을 앞두고 동료들과 으레 하는 “파이팅”을 외치는 것조차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다. 25일 고성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상지대와 연습경기에서도 그는 박자를 맞추지 못해 동료들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어, 오늘은 괜찮았는데”가 김정우의 코멘트. 신 감독에 선수들의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일도 그의 몫이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 감독실 문을 노크하다 “왜?”라고 퉁명스레 외치는 신 감독의 목소리를 들으면 쭈뼛거리기 일쑤.

그러나 인기는 최고다. 일명, ‘소통의 리더십’. 훈련장과 숙소에서 선수들은 예전보다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한다. 꼭 필요한 만큼의 위계질서만 존재한다. 김정우는 잔소리를 하기보단 후배들이 스스로 할 일을 찾길 바란다. 선배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신 감독은 “(김)정우가 주장 역할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워낙 세심한 친구이기 때문에 동료들의 신망을 얻고 있다”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속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관련기사]박지성처럼…‘영 캡틴’ 新바람

[관련기사]신태용 감독, 첫승 세리머니 남의집서?

[관련기사]신태용 감독 “신통찮으면 바로 퇴출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