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제도
연맹의 졸속행정 처리에 몇몇 구단은 같은 일을 두 번 하게 생겼다. 선수들에게 승리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구단들은 선수등록이 다음 달 2일 마감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계약서를 바꾸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연맹은 일단 다음 달 2일까지는 기존 계약서를 받아주되 계약서 내용을 변경해 6일까지 다시 제출토록 할 방침이다. A구단 관계자는 “이미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금액을 안 줄 수는 없다. 승리수당을 출전수당이나 연봉에 산입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 중이다”고 밝혔다. B구단은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아예 계약서를 작성할 때 승리수당 대신 다른 단어를 사용했다. 명칭만 다를 뿐 승리수당과 똑 같다.
○공감대 형성도 안 돼
시즌 개막 직전에야 갑작스레 제도가 시행된 배경에 대해 연맹은 ‘경제 한파에 각 구단 단장들이 전체적으로 공감했기 때문이다’고 해명했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구단 단장은 “이사회에 참석했는데 이미 몇몇 단장이 연맹 고위 관계자와 이야기를 다 나눈 후에 통보하는 듯한 분위기여서 황당했다. 당장 올해부터 시행하기에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에 반대를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구단 사장 역시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반대 의견을 낸 시민구단도 있었다”며 “뻔히 피해갈 구석이 있는 제도라 강경한 반대의사를 낼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밝혔다.
○효과는 있나
승리수당 폐지가 인건비를 줄이는데 효과적인 제도인지도 미지수다. 일부 구단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선수들과 계약을 맺을 때 출전수당을 줄이는 대신 승리수당을 늘리는 방식을 택해왔다. 한 구단 관계자는 “기본 연봉에 이미 경기 출전에 대한 부분이 포함돼 있는데 출전했다고 또 수당을 얹어 주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반면 승리수당은 동기부여 측면에서 효과가 있어 출전수당을 없애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고 말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 역시 “출전수당 대신 승리수당을 주는 쪽이 비용절감에 더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