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여기는 도쿄!] 쾅! 김태균 파워, 일본이 놀랐다

  • 입력 2009년 3월 3일 08시 03분


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평가전 세이부전을 불과 1시간 정도 남겨두고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고쳐야 했다. 3번타자로 못박았던 추신수(클리블랜드)가 돌연 팔꿈치 이상을 호소, 결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평가전인데, 뭐”라며 애써 의연해했지만 유독 김 감독의 인내력을 끝없이 시험하는 가혹한 불운이 거듭되고 있다.

임시방편으로 3번에는 김현수(두산)가 올라왔고, 이용규(KIA)가 우익수로 들어왔다. 이대호(롯데)는 3루수로 시험받았고, 지명타자로는 이진영(LG)을 넣었다. 돌발사태로 김 감독의 첫 일본 평가전은 어수선하게 시작됐지만 이 경기를 지켜본 일본은 위협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김태균(한화)의 결승 2점홈런 한방으로 모든 상황이 정리된 것이다.

○日 기자“승엽 없으면 한방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일본 기자는 “(이승엽이 빠져서) 한국팀의 장타력이 형편없을 줄 알았는데 그 한방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인정했다. 작년 일본 챔피언 세이부의 와타나베 히사노부 감독은 “한국은 두 가지 스피드가 무섭다. 하나는 투구 스피드고, 또 하나는 스윙 스피드”라고 감탄했다.

○김태균이 잘 해야 하는 이유

아이러니컬하게도 김태균은 이승엽(요미우리) 불참의 최대 수혜자다. 순식간에 대표팀 주전 1루수 겸 4번타자 제1옵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콘클라베 방식’으로 대표를 선출할 때 김태균은 사실상 유일한 만장일치 케이스였다. 김 감독만 유일하게 뽑지 않았다. 제자여서였다.

그러나 ‘포스트 이승엽’으로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국프로야구 홈런왕이 김태균이다. 늘 유쾌한 김태균이지만 말속에 책임감이 절절히 묻어난다. 김태균은 “제1회 WBC는 솔직히 공 주우러 간 거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힘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하와이부터 연습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그리고 2일 세이부전 3회 결승 2점홈런으로 한국엔 이승엽만 있는 게 아니라고 몸으로 보여줬다. 추신수, 이대호와 더불어 한국야구 거포 계보의 세대교체를 예감케 하는 한방이기도 했다.

○김태균이 잘 할 수밖에 없는 이유

김태균은 홈런왕 이미지가 강하지만 ‘콘택트 히터’라고 자평한다. 2일 인터뷰에서도 “홈런을 노리면 컨디션이 나빠지니까 정확히 맞히는데 주력한다”고 ‘홈런 비결’을 말했다. 실제 결승홈런도 밀어쳐서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이 점에서 도쿄돔은 ‘김태균 친화적’이다.

김태균도 자기와 궁합이 맞는다는 걸 2일 첫 연습부터 알아봤다. 그는 “연습할 때부터 타구가 생각보다 멀리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안 넘어갈 타구도 넘어가더라”며 일본팀이 부담을 느낄 발언을 꺼냈다. 또 “감독님이 직구 노리라고 주문했는데 적중했다”며 비결을 공개했다.

대표팀은 김태균의 홈런에 힘입어 10안타를 치고 4-2로 승리했다. 김현수(2안타)-김태균(3안타)이 절반을 책임졌다. 선발 후보 봉중근(LG)과 김광현(SK)은 55구와 49구를 던졌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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