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 컴백’ 최순호와 김호곤
최순호(47) 강원 감독과 김호곤(58) 울산 감독은 각각 4년, 6년여 만에 K리그 벤치로 돌아왔다. 최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 코치를 거쳐 2군 감독으로, 이후 정식 사령탑에 취임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팀을 이끌었고, 포항을 떠난 뒤 내셔널리그에 머물며 ‘적당한 때’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작년 11월, 마침내 오랜 기다림은 강원행이란 값진 결실을 맺었다. 당시 수원시청과의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앞둔 시점이었기 때문에 잠시 망설였지만 모처럼의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고, 고심 끝에 강원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최 감독은 “행복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강원을 K리그 돌풍의 주역으로 이끌 자신도 있다. 포항에서 한 번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3년의 기간을 놓고 서서히 발전시키겠다는 게 최 감독의 복안. 그는 “준비는 끝났다. 우린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김호곤 감독은 다소 부담스럽다. 성적에 구애받지 않고 서서히 색채를 드러내야 할 신생팀이 아닌 기존 팀, 그것도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울산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2002년 11월 부산 아이콘스(아이파크 전신)를 떠난 뒤 프로팀과 인연이 없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을 거쳐 대한축구협회 전무로 일했다. 때문에 그가 울산 사령탑에 선임됐을 때 떨어진 현장 감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전을 자신했다. “울산에서 남은 축구 인생을 모두 걸었다. 기대해도 좋다.”
○ ‘첫 경험’ 신태용과 페트코비치
‘복귀파’와 달리 ‘첫 경험’을 하는 사령탑도 있다. 신태용(39) 성남 감독과 페트코비치(64) 인천 감독이 그 주인공. 역시 변화와 혁신이 이들의 핵심 키워드다.
성남의 ‘레전드’로 기억되는 신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간 팀 전력의 중추를 이뤘던 노장급 선수들을 대거 퇴출시키며 확 달라진 성남을 예고한 신 감독은 광양과 일본 가고시마에서 가진 동계훈련을 통해 한층 젊고, 활력 넘치는 팀을 만들었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 속에서도 K리그 정상을 향한 성남의 기본 노선에는 변함이 없다. 1월 구단 시무식에서 “프로에서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고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한 신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골을 넣을 능력을 갖춰야한다”고 주문했고, 또 그렇게 조련했다.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인천도 동유럽의 ‘명장’ 페트코비치 감독과 함께 의욕적인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OFK 베오그라드(세르비아)와 세르베테FC(스위스) 등을 거친 페트코비치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청소년팀과 국가대표팀을 수년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 J리그 후쿠오카 아비스파의 지휘봉을 잡은 경험이 있어 동아시아 축구가 낯설지 않다.
“한국 선수들은 부지런하다”고 평가한 페트코비치는 여느 외국인 사령탑들과 마찬가지로 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승리에 대한 의지 및 창의성 부족을 꼽아왔다. 페트코비치는 속초, 괌 등 국내외에서 가진 전지훈련을 통해 기초 체력은 물론, 다양한 기술을 선수단에 전수했다. 예전에 비해 한층 빠르고 재미있는 축구가 기대되는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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