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발목’에 발목 잡혔다… 혼다2R 맹타 후 목욕탕서 발목 ‘삐끗’

  • 입력 2009년 3월 3일 08시 40분


신지애(21·미래에셋)의 부진에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

지난 26일부터 태국 촌부리의 시암 골프장에서 열렸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LPGA 타일랜드에 출전한 신지애는 ‘톱10’ 진입에 실패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태국 골프장은 국내 선수들이 주니어 시절부터 동계훈련 장소로 익숙한 장소다. 신지애는 내심 우승까지도 넘봤지만 개막전 컷 탈락에 이어 두 번째 대회에서도 ‘톱10’ 진입에 실패하면서 자칫 부진이 길어지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신지애의 부진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신지애는 1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로 부진했지만 2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치며 선두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선두 브리타니 랭(미국)에 7타 뒤진 공동 26위로 평소 신지애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차이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2라운드 종료 후 목욕탕에서 발목을 삐끗하는 부상을 당했다.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 치고 나가지 못한 이유다.

골프에서 하체는 힘의 근원이다. 하체의 활용도에 따라 비거리가 좌우된다. 골프트레이닝센터 JKGC 정광천 원장은 “하체에는 발목과 무릎, 골반 세 곳의 관절 부위가 있다. 이 중 어느 한곳이 불편해지면 다른 곳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원활한 스윙을 하지 못하면서 밸런스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고 했다.

현대유비스병원 이성호병원장은 “발목염좌가 있을 경우 아무리 경미한 상태라 하더라도 경기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골프스윙 시 발목과 발에서도 운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백스윙 시 오른쪽발이 외회전, 임팩트 시 오른쪽발의 내회전, 팔로우 시 왼쪽발의 외회전이 일어나는데 이때 발목부상으로 인해 경미하게라도 통증이 느껴진다면 스윙이 흐트러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지애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세마스포츠 김길정 과장은 “신(지애) 프로와 통화했는데 크게 다친 건 아니다. 조금 삐끗한 상태로 경기에 지장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예방 차원에서 대회장에 마련된 의무센터를 찾아 물리치료를 받고 회복했다”고 전했다.

부상 탓인지 신지애는 3라운드에서 1타 밖에 줄이지 못해 선두와 타수가 더 벌어졌고, 마지막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였지만 톱10 진입에 실패했다. ‘파이널 퀸’으로 불리며 유난히 역전 우승을 많이 차이 했던 신지애의 작년 성적에 비춰볼 때 아쉬움이 남는 경기다.

시즌 첫 출전이었던 호주ANZ 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는 감기몸살로 고생했던 신지애다. 시즌 초반 유난히 자질구레한 이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골프공에 작은 모래알이 붙어 있어도 깨끗하게 닦아내야 하는 게 골프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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