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구속이 140km에 미치지 못했고, 제구는 눈에 띄게 불안했다. 황두성(히어로즈)과 이재우(두산)는 물론 대표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로 꼽혔던 윤석민(KIA)조차 변화구를 마음먹은 대로 꽂아 넣지 못했다.
3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평가전. 황두성은 3회 1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맞고 1실점했다. 알렉스 라미레스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하지만 내용은 더 좋지 못했다. 첫 타자 에두아르도 알폰소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고, 라미레스에게도 연속해서 볼을 던지다가 홈런을 맞았다.
5회 2사 1·2루에서 등판한 이재우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표면적으로는 2.1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를 했다. 그러나 등판하자마자 볼 세 개를 연속으로 던지면서 흔들린데다 6회에도 연이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데 실패했다. 김인식 감독이 그토록 강조하는 ‘유리한 볼카운트’와 ‘빠른 승부’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선발로 나선 윤석민(KIA)은 좌완 봉중근(LG)과 함께 우완 필승카드로 활약해야 할 투수. 하지만 1회와 2회에 2안타씩을 허용하며 2실점하는 등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 2이닝 동안 투구수가 51개나 됐다는 게 문제. 또다른 우완 불펜 정현욱(삼성)이 전날 세이부와의 평가전에서 1.2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에 그친 게 위안거리였다.
물론 대표팀 마무리 투수진은 임창용(야쿠르트), 정대현(SK), 오승환(삼성) 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마무리까지 연결해주는 투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중국처럼 ‘쉬어가는 상대’가 있는 1라운드와 달리 강팀들이 즐비한 2라운드에서는 탄탄한 연결고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투구수와 연속등판에도 까다로운 제약이 따라붙는 WBC에서는 더 그렇다. 결국 투수진 전체가 고른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황두성, 이재우, 정현욱 등은 지난해 팀 불펜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선수들이지만 아직은 지난 시즌 보여줬던 구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3년 전 4강 신화를 재현하고자 하는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대회 때까지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