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그리고 봉중근
세월이 흘렀기에 한국 팀엔 아는 얼굴이 거의 없다. 김성한 수석코치와 안부를 나눴다. 그가 캡틴이었고, 나중에 선동열이 들어온 해태는 정말 강했다. 그렇지만 한국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984년 한국시리즈다. 내가 3승을 하고 김시진(현 히어로즈 감독)이 3패를 해서 7차전까지 갔는데 내가 역전 3점 홈런(타자는 유두열)을 맞았다.
선수 중 유일하게 아는 봉중근은 메이저리그에서 LG로 갓 옮겼을 때 사이판 캠프에서 지도했다. “LG 에이스지만 여기선 아니다”라고 조크를 하더라. 원래 유쾌한 선수다. 인스트럭터로서 스크루볼과 체인지업 시범을 보인 기억이 난다. 봉중근이 자기 스타일로 버무려 베스트 구종을 장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한국 선수들은 파워와 근육이 몰라보게 붙었다. 내가 던질 때 타자들은 930-960g짜리 방망이를 썼는데 지금은 800g대가 많은 듯하다. 파워 대신 스윙 스피드에 주력하는 인상이다.
○이승엽, 요미우리가 품고 갈 타자
경기 전 무라타 타격코치를 만났다. “‘마음껏 휘두르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삼진을 먹어도 좋으니 풀스윙하고 들어와라. 스탠딩 삼진은 안 된다. 자기 스윙을 해라. 결과는 그 다음이다. 계속 쓸 테니 안심하고 휘두르라고 했다”고 들려줬다. 실제 오늘도 5번타자로 넣었고, 계속 쓰고 있지 않는가.
이승엽이 회복되면 요미우리의 라인업은 간단해진다. 다른 대안을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강한 스윙 다음에 강한 타구, 그 다음에 뻗는 타구다. 자신감이 붙으면 스윙은 더 강해진다. 아직 개막까지 1개월 남았다고 마음 편히 먹는 편이 좋다. 참고로 오타는 이제 고졸선수다. 기대주지만 기요하라급 선수는 아니다. 만약 이승엽이 오타와 경쟁이라면 그 전에 요미우리에선 해고다.(웃음)
[김일융의 WBC리포트]“이종욱 ‘발·스윙’ 스피드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