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아직 축구생각뿐
“기자님은 왜 결혼 안 해요?”
한국 축구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기성용(20·FC 서울). 4일 경기 구리 시내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이 되자 난데없이 기자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에 곤혹스러워하자 그는 살며시 웃었다. 최근 3개월간 인터뷰만 40여 차례나 했던 그였다. 장난기가 발동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심정을 이해해보라는 것이었을까.
○ “상대의 기를 꺾어놓고 싶었어요”
지난달 11일 이란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예선전. 전담 키커로 나선 그는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박지성의 동점골을 도왔다.
그는 지난 시즌 K리그 경기에서 프리킥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가 이날 프리킥을 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의아해했다.
“어렸을 때부터 슛 연습을 많이 했어요. 그만큼 자신은 있었어요. 팀에서는 저보다 잘 차는 선수가 많아서 찰 기회가 없었을 뿐이죠.”
이란전에서 그는 첫 경고를 받았다. 순둥이 같아 보이는 그의 행동은 의외였다.
“상대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화가 났고 기를 꺾고 싶었어요. 사실 경고를 받을 줄 알았어요. 이런 말 하면 팬들에게 욕먹을지도 몰라요.(웃음)”
○ “관심을 받을수록 더 잘해야죠”
그는 몰려드는 인터뷰 요청에 시간을 내기도 빠듯했다. 이날도 3건의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친 관심에 부담스러울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팬들과 언론의 관심을 오히려 고마워했다.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 유발이 돼요. 주위에선 인터뷰를 너무 많이 하면 스타가 된 것처럼 들뜨게 된다고 염려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에게는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돼요.”
○ 휴대전화에 여자 이름은 없어요”
그의 머릿속은 온통 축구 생각뿐이다.
“지금은 축구 생각밖에 없어요. 힘들 때도 있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어디 세상에 쉬운 일만 있겠어요. 힘든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고 그렇죠.”
20대 초반의 나이에 이성에 대한 관심도 있을 법했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여자 친구는 아직 생각 없어요. 진짜예요. 휴대전화 보여드릴까요. 여자 이름이라고는 없어요.”
축구 외에 별다른 취미가 없지만 최근 그는 드라이브에 맛을 들였다.
“요즘 차에 관심이 많아요. 강변북로를 따라 차를 몰고 음악을 들으며 가는 길이 너무 좋아요.”
○ “좌우명은 ‘인생은 한방’이에요”
좌우명이 있는지를 물었다. 잠깐 생각하던 그는 “인생은 한방이에요”라며 웃었다.
“돈을 벌자는 의미는 아니에요.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잘 잡아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그의 휴대전화 바탕화면에는 팀 동료 이청용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스포츠가 희망’이라는 문구가 들어있었다.
“문구가 마음에 들어서 저장해놨어요. 요즘같이 힘든 시기일수록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같아서요.”
구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기성용은 누구?
△1989년 1월 24일생 △키 187cm, 몸무게 75kg △순천 중앙초-존폴칼리지(호주)-금호고 졸업 △기영옥 씨(52·광양제철고 교사)와 남영숙 씨(48)의 1남 1녀 중 둘째 △소속팀=FC 서울 △프로 데뷔=2007년 3월 4일 대구 FC전 △주요 경력=2004년 16세 이하 청소년대표, 2007년 20세 이하 청소년대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 2008∼2009년 국가대표 △A매치 기록=8경기 2골 △별명=깜빡(잘 잊어버린다고 해서) △취미=드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