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아주 쉽게 풀었다. 1회 이진영의 만루 홈런 한 방으로 승부가 결정 났다.
이번 대회는 투구 수 제한이 있고 그에 따라 다음 경기 등판에도 영향을 받는 등 투수진 운영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그런데 초반 대량 득점으로 투수진 운영에 여유가 생기면서 류현진, 봉중근 등의 투구 수를 적절히 조절한 채 경기를 마쳤다는 게 무엇보다 큰 소득이다.
1회 올린 6점은 2타점 적시타를 친 김태균과 만루 홈런을 날린 이진영의 방망이에서 나왔지만 앞선 타자들의 ‘지공’이 큰 역할을 했다.
선두 타자 이종욱이 볼넷을 얻어 나갔고 이어 2번 정근우가 몸에 맞는 볼, 3번 김현수가 다시 볼넷 그리고 6번 추신수도 볼넷을 골라 나갔다. 그만큼 타자들이 서두르지 않고 좋은 공을 기다리면서 지공을 했다는 것이다.
누상에 주자가 쌓이자 다급해진 대만 선발 리전창은 공이 가운데로 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앞선 타자들이 밥상을 잘 차려 놓은 덕분에 이진영은 비교적 가운데로 몰린 공을 받아쳐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
대만은 누상에 주자를 종종 내보냈지만 여러 차례 병살타를 치는 바람에 자멸하고 말았다. 주자가 있을 때마다 낮게 떨어지는 볼로 내야 땅볼을 유도해 낸 포수 박경완의 투수 리드가 기막히게 좋았다.
대만은 세대교체로 1회 대회 때보다 선수들이 젊어졌다. 그래서 경험이 적고 국제대회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편이다. 1회 무사 1루 때 번트 실패로 더블아웃을 당한 것이나 4회 1루 주자가 견제사를 당한 것도 경험 부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