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WBC 다이어리] 슬픈 ‘야구의 나라’ 대만

  • 입력 2009년 3월 7일 07시 25분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오쿠다 히데오(사진)의 ‘야구 내공’은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나오키상을 안겨준 ‘공중그네’의 3루수 스토리부터 그 후속작 ‘면장선거’에선 와타나베 쓰네오 전 요미우리 구단주와 호리에 다카후미 라이브도어 사장을 패러디해 작품을 만들어냈죠. ‘도쿄이야기’에선 주인공의 청춘기를 일본 스포츠사(史)와 오버랩시키는 수완을 보여줍니다. 특히 첫 장에서 에가와 입단 스캔들과 주인공의 첫 데이트를 중첩시키는 솜씨는 백미입니다.

실제 오쿠다는 열혈 주니치 팬입니다. 나고야에서 가까운 기후현 출신이라서죠. 오쿠다는 야구를 소설 소재로 쓰는 차원을 넘어 아예 기행문까지 쓰는데요, 그 역작이 바로 ‘야구의 나라’입니다. 오쿠다의 마이너리티를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죠. 오키나와 봄 캠프, 구마모토 마스터리그, 심지어 2002년 월드컵 때도 축구장 대신 벽촌인 도호쿠현에서 열린 2군 경기를 보러 갔답니다.

‘야구의 나라’ 중 오쿠다가 유일하게 해외원정을 떠난 곳은 미국 메이저리그가 아니라 대만입니다. 2002년 개최된 다이에(현 소프트뱅크)-오릭스의 대만 원정 관람 목적이었죠. 전후 일본프로야구의 첫 해외원정입니다.

오쿠다는 코믹하게 묘사했지만 이 경기를 대하는 대만의 태도는 왠지 가슴 저립니다. 식전행사를 위해 천수이벤 당시 대만 총통이 방문했고, 행정원장이 시구-이에 비해 시타는 마쓰우라 아야란 일본의 아이들(idol) 소녀가수였죠-를 했습니다. 마잉주 당시 타이베이 시장(현 총통)도 구장을 찾았습니다. 올림픽 개막식도 아니고, 심지어 대만팀이 참가하는 아시아시리즈도 아닌데 말이죠. 어쩐지 국제사회의 미아인 대만의 외로움이 묻어나는 장면입니다.

중국의 입김 탓에 대만은 ‘타이완’ 대신 ‘차이니스 타이베이’로 국제대회에 나옵니다. 국기인 청천백일기도 못 달고, 올림픽 문양을 답니다.

중국은 대만을 하나의 성(省)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대만의 일부 세력(내성인 계열의 친 민진당 계열)은 독립을 꿈꿉니다. 이런 그들에게 야구는 위안이자 긍지입니다. 중국을 앞서고, 세계에 대만을 알리는 통로니까요. 지아이농림학교부터 리틀야구(예즈시엔 WBC 감독도 우승세대입니다)의 영광 그리고 야구공 하나로 세계에 대만을 알린 궈타이위안과 왕젠민까지.

예전에 대만을 자유중국이라 불렀던 한국은 중국과 수교하며 일방적 단교를 선언했죠. 그리고 6일 한국은 ‘야구밖에 없는’ 그들과 외나무 대결을 벌였습니다. 가혹한 인연입니다.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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