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순리’ 김인식 야구의 힘!

  • 입력 2009년 3월 7일 07시 31분


김인식은 김성근과 김경문 사이의 어딘가.

김인식 감독의 야구를 종이에 점으로 찍어 위치를 정한다면 아마 이렇지 않을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인 6일 대만전 라인업엔 김 감독 고유의 이런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김경문 감독처럼 저돌적으로 선수를 믿지도 않고, SK 김성근 감독처럼 철두철미 합리성에 기울지도 않는다.

믿지만 상황을 따지고, 주위에서 우려해도 선수의 저력을 알아본다. 이 미묘한 균형을 김인식 감독은 그만의 감각으로 잡아나간다. 그래서 타짜고, 국민감독이다.

6일 라인업의 백미는 추신수의 6번 지명타자 기용이었다. 메이저리그의 제지로 전혀 평가전을 뛰지 못했고, 배팅 훈련도 거의 못했는데도 김 감독은 대타가 아니라 선발로 밀어 넣었다. 그러나 “고정 3번”이란 방침을 바꿔 6번으로 내렸다. 대신 3번엔 김현수가 들어갔다.

‘뭘 믿고 추신수를 선발로 쓸까’란 의구심의 눈초리를 먼저 감지한 김 감독은 농담을 섞어서 이렇게 말했다. “원래 잘 하는 선수는 두 달 쉬고도 치고 그러던데. (추신수는 불과) 며칠 안 됐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

실제 김현수와 추신수는 1회 볼넷으로 출루, 대만 선발 리전창의 투구수를 늘렸고, 후속타자 이진영의 만루홈런 때 홈을 밟았다. 5회엔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또 하나 김인식 야구의 매력은 복잡-기묘한 대회 규정을 이용한 ‘꼼수’ 대신 일단 정공법을 택하는 ‘순리’에 있다. 그러나 그 순리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다. “순서대로 나가는 거야”란 한마디로 류현진을 냈지만 6점차가 되자 4회 도중 43구만에 교체했다. 이로써 류현진은 8일 이후 또 등판할 수 있게 됐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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