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일전은 숱한 드라마를 연출해왔다. 특히 한국이 이길 때는 어김없이 8회에 일본을 함락시켰다. 한국으로서는 ‘약속의 8회’, 일본으로서는 ‘악몽의 8회’로 기억될 만하다. 이번에도 과연 또다시 8회 드라마가 펼쳐질까. 그렇다면 그 주인공은 누가될까. 역대 8회 드라마의 주인공을 다시 살펴본다.
○1963년 아시아선수권 -김응룡 쐐기 투런포
역대 한·일전의 8회 드라마의 첫 주인공은 김응룡(현 삼성 사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서울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은 해방 후 일본에 7전 전패를 당해 ‘오르지 못할 나무’처럼 여겨졌다.
김응룡은 일본과의 최종전에서 1회초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리고 살얼음판 리드를 이어가던 8회초. 박현식의 볼넷 후 김응룡이 회심의 120m짜리 중월 2점포를 작렬하며 3-0 승리를 이끌었다.
사상 처음 일본을 꺾는 순간, 일제시대 설움을 겪었던 국민들이 서울운동장에서 뛰어내려와 선수들을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
○1982년 세계선수권-한대화 결승 3점포
잠실구장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선수권대회. 한국은 7회까지 단 1안타에 그치며 0-2로 끌려갔다.
8회말. 선두타자 심재원(작고)의 중전안타와 김정수(작고)의 2루타로 1-2로 추격한 뒤 계속된 1사3루서 김재박의 ‘개구리번트’로 동점에 성공했다. 그리고 2사 1·2루서 한대화가 왼쪽 폴 상단을 직격하는 결승 3점홈런을 때리면서 5-2로 역전승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승엽 2루타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0-0으로 팽팽하던 8회말. 2사 2·3루서 ‘국민타자’ 이승엽이 일본의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이어 김동주의 우전적시타로 3-1 승리하면서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6년 WBC-이승엽 2점포, 이종범 2루타
도쿄돔에서 열린 1라운드에서 1-2로 끌려가던 8회초.
이승엽의 우월 2점홈런으로 극적인 3-2 역전 드라마를 만들었다. 미국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 0-0으로 팽팽하던 8회초. 1사 2·3루서 이종범이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날리면서 2-1 승리를 거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승엽 결승 2점포
준결승에서 일본과 만났다. 2-2 동점인 8회말. 무사 1루서 그전까지 25타수 3안타로 부진하던 이승엽이 통쾌한 2점홈런을 터뜨렸고, 그 기세를 몰아 6-2로 승리했다. 한국은 사상 처음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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