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맨발로 달리는게 편할까
6일 에티오피아 아르시 지역 아셀라 마을 육상경기장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동아일보와 월드비전의 에티오피아 육상 꿈나무 육성 프로그램 ‘에티오피아 희망 프로젝트’ 1주년을 기념하는 에티오피아 희망 마라톤 대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본보 7일자 A21면 참조 소년소녀 150명, 올림픽金 꿈을 안고 달렸다
희망 프로젝트에 선정된 아이들은 1년 전 유니폼과 운동화를 지급받았다. 아이들은 이날 몸을 풀 때까지만 해도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출발선에 섰을 때는 상당수가 맨발이었다.
지급 받은 운동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까. 문제는 이들이 운동화에 익숙지 않다는 데 있다.
아이들이 훈련하는 운동장은 움푹 파인 곳이 많다. 비라도 내리면 진흙탕이 되기 일쑤다. 운동장을 벗어나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마라톤 영웅을 꿈꾸는 아이들은 진흙 바닥에 가축 배설물이 널린 초원을 달린다. 질퍽한 땅에서 운동화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진흙이 운동화에 달라붙어 금세 발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희망 프로젝트 코치 티지스트 피세하 씨(23·여)는 “아이들 대부분이 제대로 된 육상 트랙을 밟아본 적이 없어 맨발로 뛰는 것을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맨발로 진흙탕을 뛰던 아이들이 운동화를 신고 정식 트랙에서 경기를 하면 기록은 급상승한다는 게 피세하 코치의 얘기다.
에티오피아 소년 소녀들의 맨발 질주는 육상 장거리 강국의 밑바탕이었다. 동시에 1인당 국내총생산이 180달러(약 27만9000원)에 불과한 약소국의 현실이기도 했다.
그들의 생활이 나아져 ‘맨발 달리기’가 가난의 아픔이 아닌 과학적 훈련 방식의 하나가 되길 기대해본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