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를 떠나서 김광현은 머릿속에 들어있는 슬라이더의 이미지를 바꿨으면 좋겠다. 베이징올림픽과의 차이를 말하라면 그때는 직구 위주 파워피칭에 슬라이더가 곁들여져 위력을 발했다. 그러나 7일 일본전(1.1이닝 8실점)은 반대로 슬라이더가 주종이었다.
이 점에서 9일 한국 선발 봉중근은 김광현이 보고 느낄 부분이다. 직구 위주의 파워피칭으로 코너워크를 하다가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섞었다. 결과가 말하듯 일본 타자들이 못 치지 않는가.
김광현은 9일 불펜 피칭에서 가상 타자까지 세워놓고 피칭을 했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별개다. 냉정하게 평하자면 김광현의 불펜 피칭은 무언가를 반성하고 시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던지기만 하는 듯했다. 구종별로 인사이드 10구, 아웃사이드 10구, 이런 식으로 목적의식을 갖고 생각하면서 연습했다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물론 한국 코치진이 (김광현을 되살릴) 방책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7일 한국은 콜드게임 패(2-14)를 당했는데 9일은 대등하게 풀어갔다. 7일 콜드게임은 한국과 일본야구의 실력차가 아니라 그날 선발의 차이였다는 증명이라고 할 수 있다. 단 한국은 7회까지 주루사가 5번 나왔다. 선발이 대등하다고 전제하면 한일의 승부는 실수에서 나온다. 여기서 실수란 수비 에러를 비롯해 주루, 투수 실투까지 아우르는 말이다. 이런 작은 실수가 크나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공격성은 좋게 평가하고 싶지만 상황과 상대에 맞출 줄 알았으면 좋겠다.
봉중근의 피칭은 무엇보다 박력이 있었다. 투구수를 의식해 공격적 컨트롤을 유지했다. 김광현이 곡선이라면 봉중근은 직선이었다. 점수를 매긴다면 봉중근이 두 배 이상 효율적이었다.
역시 한국은 기세의 팀이다. 이틀 전 콜드게임 패를 당했지만 8일 중국전을 콜드게임 승리한 것이 기세를 되살렸다. 어차피 두 팀 모두 미국에서 열리는 8강 라운드에 진출하지만 기세를 감안하면 한국의 승리가 더 절실했다. 한국의 1-0 승리는 투수력의 승리였다. 일본은 미국에 가서도 한국 좌완 공략이 과제로 남게 됐다.
도쿄 | 스포츠동아 일본 통신원
[화보]완벽한 설욕전! 한국 VS 일본 조 1위 결정전 경기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