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을 ‘현미경 분석’으로 무참히 깨뜨렸던 하라 다쓰노리 일본 감독은 9일 한국 선발로 류현진을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 코칭스태프는 류현진 대신 봉중근을 선발로 내세웠고, 의표를 찌른 한국의 전략은 적중했다.
아시아라운드 결승인 일본전에 앞서 양상문 대표팀 코치는 “오늘은 중근이가 해줄 것”이라고 확신했고, 7일 콜드게임패 직후 “일본전엔 제가 나가겠다”고 자원 등판한 봉중근은 이같은 양 코치의 바람에서 한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메이저리거 출신다운 여유가 넘쳤다. 마운드에 선 그의 힘있는 투구에 일본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19타자를 맞아 1라운드 한계 투구수(70개)보다 한개 적은 69구를 던져 단 3안타만을 허용했다. 무엇보다 4사구가 하나도 없었고, 삼진도 2개를 잡았다. 5.1이닝 무실점 쾌투. 6일 대만전 3이닝 무실점에 이은 2연속 호투였다.
1회 2번 나카지마의 타구를 중견수 이종욱이 다이빙캐치하는 등 야수의 도움도 받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힘으로 일본 타자들을 압도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물론 위기도 맞았다. 유일하게 선두타자를 내보낸 4회. 무사 1루에서 3번 아오키를 상대하기에 앞서 주자 나카지마에게 견제구를 던지다 보크를 범했다. 무사 2루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도 그는 보크를 선언한 심판 판정에 의구심을 내비치거나 고개를 흔들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의 힘으로 만회했다. 아오키를 1루 땅볼로 유도, 계속된 1사 3루에서 4번 무라타 5번 이나바를 연속 범타로 처리해 벼랑끝 위기에서 벗어났다.
“일본전에 한 번 꼭 나가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봉중근은 “(김)광현이를 일본이 많이 파악한 것 같았다. 뭐라도 해야 되겠다는 마음으로 나갔는데 믿어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힘으로 붙어야겠다는 각오로 던졌다. 어느 타자가 나와도 직구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불어넣었다”면서 “광현이가 빠른 템포로 던져 직구, 슬라이더를 맞았기에 느린 템포로 느린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직구를 결정구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도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화보]완벽한 설욕전! 한국 VS 일본 조 1위 결정전 경기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