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기구(NPB)는 2008년 ‘그린베이스볼 프로젝트’를 발족했습니다. 12개 전 구단의 환경선언과 구단별 활동내역을 받아냈고, ‘스피드 업’을 위한 11가지 조항까지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2007년 대비 6분 단축(평균 3시간13분)이란 결실을 얻었지요. 2009년 NPB는 ‘Let’s 省타임(省은 show와 비슷한 발음이면서 에너지 절약을 의미)’이란 새 구호를 들고 나왔습니다.
몇년 전 뉴스위크 일본판은 일본의 국제적 파워를 측정한 적이 있는데 최저 점수가 빈국 원조(ODA)인 반면 최고 점수는 환경보호활동이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일본인은 환경애호적인데다, 명분이 워낙 좋은지라 환경프로젝트엔 매스컴도 빠지지 않지요. 일본의 대표적 스포츠잡지인 넘버는 작년 말 스포츠스타의 환경보호 실천상황을 담은 별지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스포츠스타 중 첫 손가락에 꼽힐 선수는 단연 나카타 히데토시입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활약한 이 축구스타는 2006년 독일월드컵을 끝으로 전격 은퇴를 선언했는데요. 이후 세계를 여행하며 환경문제와 축구로 어떻게 세계에 기여할지를 고민한 끝에 ‘테이크 액션 파운데이션’이란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축구 이후의 삶’을 모토로 내건 나카타는 “기부의 개념을 바꾸고 싶다”고 개인 홈페이지에서 밝힙니다. “우선은 즐기세요.” 나카타는 즐기기 위한 계기와 직·간접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나카타는 축구를 통한 사회활동 외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걸로 유명하죠. 실제 나카타는 홈페이지 운영에 사용되는 전력을 태양열,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로 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작년 나카타는 잡지 브루투스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와 환경에 관한 대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본국가대표 시절, 세리에A 시절 나카타에게 축구는 이기기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승리를 위해 고통을 견뎌야 했겠죠. 그러나 이젠 즐겁기 위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도구입니다. 승리 그 너머를 추구하는 나카타는 ‘쿨 재팬’의 아이콘처럼 비칩니다. 위기가 닥치자 무사도 정신으로 회귀한 ‘사무라이 Japan’과 어쩐지 대비됩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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