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는 12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전반 4분 네마냐 비디치의 선제골과 후반 4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쐐기골에 힘입어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원정경기에서 득점 없이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맨유는 이날 승리를 앞세워 최종 스코어 1-0을 기록, 3년 연속 ‘꿈의 무대’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반면 선발 출전의 가능성을 높였던 박지성은 벤치만 달구다 팀이 2-0으로 앞선 후반 39분 웨인 루니 대신 교체 투입돼 약 10여분을 소화했다. 박지성은 지난 주말 풀럼과의 FA컵 8강전에서 영국 진출 이후 통산 10호골을 터뜨리며 좋은 경기 감각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득점을 통해 비길 경우 16강 탈락이 확정됐던 터라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박지성보다 공격력과 경험에서 앞선 라이언 긱스에게 먼저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다시 한번 박지성의 공격력에 대한 저평가가 이뤄진 셈.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공격력으로 인해 결승전에서 나오지 못했던 울분이 떠오른 순간이었다. 박지성은 앞으로 더 많은 득점을 통해 수비전문 미드필더란 인식을 바꿔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날 맨유는 ‘세계 챔피언’, ‘유럽챔피언’, ‘잉글랜드 챔피언’ 다운 빈틈없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조제 무리뉴가 이끈 인테르 밀란을 경기 내내 압도했다.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맨유는 최전방 투톱에 웨인 루니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나섰고, 긱스와 호날두가 각각 좌우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폴 스콜스와 마이클 캐릭이 중원을 담당했고, 포백 수비라인은 파트리스 에브라-비디치-리오 퍼디낸드-존 오셔로 구성됐다. 골키퍼 장갑은 ‘거미손’ 반 데 사르가 꼈다.
팽팽한 승부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을 깨고 맨유는 의외로 쉽게 선취골을 얻어냈다. 전반 4분 만에 긱스의 오른쪽 코너킥을 비디치가 벼락같은 헤딩슛으로 골망을 흔든 것.
기세를 올린 맨유는 ‘중원의 지휘자’ 스콜스의 안정된 경기조율과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을 앞세워 계속해서 상대를 압박했다. 특히 박지성 대신 선발 출전한 긱스는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며 공격의 파괴력을 높였다.
전반을 1-0으로 앞선 맨유는 후반 4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웨인 루니의 크로스를 쇄도하던 호날두가 헤딩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첫 골.
이후 승기를 예감한 맨유는 후반 25분 노장 스콜스를 빼고 ‘젊은 피’ 안데르손을 투입시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고, 후반 39분에는 루니 대신 박지성을 투입해 두 점차 리드를 잘 지켜냈다.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펼친 맨유에 비해 인테르는 골대의 저주를 풀지 못하고 내년 시즌을 기약해야 했다. 전반 28분 마이콘의 크로스를 즐라탄 이브라모비치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강타하며 패배의 기운이 감돌았다.
계속해서 맨유의 골문을 두드린 인테르는 후반 14분 수비수 스탄코비치 대신 교체투입 된 공격수 아드리아누가 문전 정면에서 날린 결정적인 왼발 발리슛이 골포스트에 맞고 튕겨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